중국 고속철 추돌사고 “통신설비 이상 없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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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조사한 작업반장 밝혀… 사고 원인 의혹 갈수록 커져

23일 중국 고속철 추돌사고 당시 앞에 정차해 있던 고속열차(D3115호) 내 통신설비에는 전혀 이상이 없었다는 증언이 나와 사고 원인을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중국 징화(京華)시보는 26일 사고 직후 현장을 조사한 상하이 철로국 류모 작업반장의 발언을 인용해 D3115호 통신설비는 손상을 입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당초 중국 철도부는 D3115호가 벼락을 맞아 정차했을 때 통신설비와 경보시스템에 이상이 생겨 관제본부와 교신할 수 없었다고 했다.

류 반장은 “사고 당일 통신설비에 문제가 없었을 뿐 아니라 사고 후 현장조사에서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D3115호 기관사가 관제본부에 정차 사실을 알렸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또 징화시보는 열차가 주행 상황을 알리지 않아도 관제본부가 사전에 운행을 통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이번 사건은 천재지변이 아니라 인재”라며 △열차 내 추돌 방지장치 작동 불능 △중앙통제시스템 관리 부실 △안전벨트 미비 등을 지적했다. 신화통신은 “안전벨트만 있었어도 사상자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었다”며 “심지어 승객들이 유리창을 깨고 탈출할 때 쓰는 소형 망치조차 없었다”고 전했다.

한국의 고속열차에도 안전벨트는 없다. 국토해양부 철도기술안전과는 “기차는 급제동 시에도 주행거리가 길어 안전벨트가 없으며 이는 전 세계의 공통적인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중국 사고처럼 탈선 때에는 안전벨트가 피해를 줄일 수 있지만 워낙 사고율이 낮아 안전벨트를 설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 고속열차엔 소형 망치가 비치돼 있다.

중국 기관사의 자질 문제도 거론된다. 신징(新京)보는 26일 “고속철 기관사들이 불과 6개월 정도만 속성으로 교육을 받은 뒤 열차를 몰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에서는 고속열차 기장이 되려면 디젤기관차를 3년 이상 주행한 경력이 있어야 비로소 시험을 볼 자격이 주어진다. 일반적으로는 보통 8∼10년 경력을 쌓아야 기장을 맡는다.

중국 당국이 24일까지 사망자가 35명이라고 발표했다가 26일 39명으로 정정한 것을 놓고 “중국에서는 대형 사고가 생길 때마다 사망자가 항상 35명이었다. 누군가가 조작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 누리꾼이 “허난(河南) 성 탄광사고 사망자도 35명, 충칭 시 폭우 사망자도 35명, 윈난(雲南) 성 폭우 사망자도 35명이었다. 어째서 항상 똑같을까”라는 글을 올리자 댓글이 잇따르고 있다.

베이징~상하이 고속철 또 고장

한편 25일 오후 5시 30분경 징후고속철의 안후이 성 딩위안(定遠) 현 지점에서 전력 공급이 중단되는 사고가 나 G44 등 열차 20여 편이 3시간가량 멈춰 섰다. 중국이 2209억 위안을 들여 건설해 지난달 30일 개통한 세계 최장 구간의 징후고속철은 시속 300km의 속도로 베이징과 상하이를 5시간 안에 연결한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원저우=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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