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제품 만들어 팔던 美 지금은… ‘Made in USA’ 젓가락 中수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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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둥 성 광저우 시에서 의료 공급품을 22년간 수출해온 미국인 사업가 찰스 허브스 씨(64)는 “최근 2년 사이에 인건비가 무려 50% 가까이 올랐다”며 “더는 노동자들을 부리기가 어려워졌고 새로운 인력을 끌어오는 데도 비용이 많이 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중국의 공장을 옮겨 갈 대안 지역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몇 년 안에 중국에서 사업을 철수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값싼 인건비에 무한한 노동력으로 ‘다국적 기업의 천국’이었던 중국이 달라지고 있다. 저임금을 앞세워 지난 20년간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한 중국의 제조업이 최근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으로 구조 변화를 맞고 있다고 미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가 보도했다.

골드만삭스 홍콩 지사의 헬렌 차오 수석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중국 제조업 노동자들의 연간 실질임금은 매년 12%씩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제조업 노동자의 평균 시급은 3.1달러로 미국(22.3달러)의 7분의 1에 그쳐 아직은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미국 평균임금의 36%였던 중국의 평균임금은 2010년 말 48%까지 상승했다. BCG는 “이 같은 추세라면 2015년에는 69%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조업 노동자의 임금 상승은 삶의 질을 추구하기 시작한 노동자들의 변화에 따른 것이다. 쓰촨 성, 하이난 성 주민들은 돈을 벌기 위해 멀리 고향을 떠나 공장 기숙사에서 숙식을 해결하던 과거와 달리 임금 조건이 괜찮고 집과 가까운 근무처를 선호한다.

미국 본토로 되돌아가는 제조업체도 속속 나오고 있다. 훌라후프 등을 만드는 왬오는 중국에 있는 생산시설의 절반을 미국 본토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이쑤시개나 나무젓가락처럼 과거 중국 제조업 수출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단순 공산품이 미국에서 생산돼 중국으로 역수출되는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중궈징잉(中國經營)보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계 미국인 이걸 씨가 지난해 10월 조지아 주 아메리커스에 세운 ‘조지아 찹스틱’이라는 회사는 하루 200만 짝의 나무젓가락을 생산해 중국과 한국 일본 등에 수출하고 있다. 이 씨는 “중국에서 만들려면 원재료를 중국으로 운반하는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아메리커스에 우수한 노동력이 더 풍부해 중국보다 유리하다”고 말했다. 아메리커스는 인구 약 1만7000명의 소도시로 실업률이 12%에 달한다.

중국 제조업의 변화가 빈곤 국가와 부자 국가 모두에 이로울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등은 중국을 제치고 값싼 노동력을 내세워 다국적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고, 기업은 새로운 인력시장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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