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믿음’을 잃다… S&P도 신용등급 세계 최하 CCC로 3단계 강등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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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적자 위기로 디폴트(채무 불이행) 일보 직전에 몰린 그리스의 신용등급이 세계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국제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3일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을 ‘B’에서 ‘CCC’로 3단계 하향 조정하고 ‘부정적 등급’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그리스의 새로운 신용등급은 자메이카 에콰도르 파키스탄 피지 등의 국가에 비해서도 한 단계 낮은 수준이다. 이에 앞서 무디스도 1일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을 ‘B1’에서 ‘Caa1’으로 3단계 낮췄다.

S&P는 “그리스의 채무재조정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유로존 최초로 디폴트 국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투자운용사 그래나이트스프링스 관계자는 “그리스의 디폴트는 시간문제가 됐으며 채무 재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그리스에 11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한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추가 지원을 논의 중인데 독일 프랑스 등은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민간투자자들도 채무 상환기간 연장 같은 조치에 실질적으로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유럽중앙은행(ECB)은 “어떤 비자발적인 채무조정도 채권시장에선 디폴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S&P는 채무 불이행뿐만 아니라 ‘자발적인’ 만기연장이나 지불조건 변경 역시 채무자가 원래 조건보다 비용을 덜 치르는 만큼 디폴트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그리스의 채무 조정이 투자자들의 공포를 불러 2008년 금융위기를 초래했던 리먼브러더스의 후속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피치의 국가신용평가 책임자 데이비드 릴리는 “독일 주장대로 민간 채권단이 그리스 지원에 참여하면 디폴트 사태를 맞을 수 있고 이는 (재정적자 문제가 있는) 스페인과 다른 국가에도 충격을 준다”고 말했다. 은행과 투자기관들이 그리스에 대한 2차 지원에 참여할 경우 신용평가사들은 그리스에 대해 ‘디폴트’를 선언하고 투자자들은 손실 만회를 위해 보유 자산을 투매할 수밖에 없어 시장에 큰 혼란이 발생한다는 것. 이 경우 투자자들이 현금 확보를 위해 채무에 시달리는 포르투갈 아일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국채는 물론이고 신용등급이 높은 회사채, 미국과 신흥국 시장의 주식 등 유동성이 좋은 자산까지 팔 수 있기 때문에 리먼브러더스가 망한 후 발생한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에 그리스의 채무 3300억 유로(약 514조 원)는 한 국가가 부담하기에는 크지만 은행과 다른 금융기관들이 함께 손실을 감내하기에는 크지 않은 것이며, 그리스의 디폴트는 오래전부터 금융기관들이 대비할 시간이 있었던 만큼 파급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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