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는 섬나라 키리바시-몰디브… 주권논란 ‘수면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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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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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타적 경제수역 범위 놓고 해양법 전문가들 뜨거운 공방
“해수면 올라 기준점 고쳐야”… “한번 정한 것 바꿀 수 없다”

인도양의 몰디브.
인도양의 몰디브.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나라가 바다에 잠겨버리면 그 나라의 영토 주권은 어떻게 될까.

태평양 서쪽의 섬나라 키리바시와 인도양의 몰디브는 최근 국가의 존립 자체를 걱정하고 있다. 해수면 상승으로 나라 전체가 물에 잠기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100년간 해수면이 20cm 높아진 데 이어 2100년까지 1m가량 더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기상 이변으로 지진해일(쓰나미) 등이 덮치면 수몰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것. 하룻밤 새 사라져 전설이 된 아틀란티스의 전철을 밟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벌써부터 해양법 전문가들은 잠수가 진행 중인 국가의 주권을 놓고 치열한 논란을 벌이고 있다고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보도했다.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는 잠수 국가들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어디까지 보장해줘야 하느냐는 것이다.

국제해양법에 따르면 자국 연안에서부터 200해리(海里)까지의 바다 자원에 독점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대륙붕도 해변으로부터 200m 깊이 완만한 경사의 해저 지형으로 규정돼 있다. 해수면 상승으로 섬나라가 잠기게 된다면 EEZ와 대륙붕의 구역을 정할 기준점이 애매해진다. 한번 기준점을 인정했으면 설령 그 기준점이 바다에 잠긴다 해도 인정해줘야 한다는 의견과 수면 밑으로 사라지면 더 이상 인정하기 곤란하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섬나라가 아닌 단순한 돌에는 경제적 권리를 인정할 수 없다는 현행 규정도 도마에 올랐다. 국제해양법은 사람이 살지 않는 바윗덩어리나 국민이 경제활동을 영위하지 못하는 곳은 경제적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이 오키노토리시마(沖ノ鳥島)라 부르는 곳을 섬으로 만들기 위해 1988년부터 암초에 방파제를 쌓으며 인공섬을 조성한 것도 이 때문이다. 파도가 조금만 높게 일면 전체가 물에 잠기는 것으로 알려진 이곳을 중국은 ‘단순한 돌’이라 주장하고 있다. 최근 한 국제회의에서는 해수면 상승으로 위협받는 국가가 인공섬이나 구조물을 만들어 주민을 살게 한다면 다른 국가처럼 주권을 가질 수 있게 만들자는 주장도 나왔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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