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파, 빈 라덴 공습 허용 비밀협정 10년 전 맺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0일 12시 01분


코멘트
미국과 파키스탄이 10년 전 알 카에다 지도자인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한 공습작전에 동의하는 비밀 협정을 맺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이들 국가의 전·현직 관리의 말을 인용해 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는 빈 라덴의 사망 이후 자국 영토에서 독단적인 군사작전을 했다며 미국을 비난한 파키스탄과, 반대로 빈 라덴과의 협력 가능성으로 파키스탄에 의혹의 시선을 보낸 미국의 갈등 양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가디언은 2001년 말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의 토라 보라 산악지역 동굴에 은신해있던 빈 라덴을 놓친 뒤 당시 파키스탄 군부를 이끌다 대통령에 올랐던 페르베즈 무샤라프 장군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 같은 협정을 맺었다고 전했다.

비밀 협정은 빈 라덴과 알 카에다의 2인자로 알려진 아이만 알-자와히리 등 지도부의 소재가 파악될 경우 미국이 파키스탄에서 행하는 독단적인 공습을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대 테러 작전에 정통한 미국의 전직 관리는 "빈 라덴의 소재를 우리가 안다면 우리가 현장에 가서 검거하기로 양측이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 관리는 최근 미군 작전을 둘러싼 파키스탄의 항의는 "표면에 드러난 공식적인 얼굴"이라며 "우리는 그들이 이번 일을 부인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파키스탄 측은 미군의 빈 라덴 제거작전을 알지 못했다며 미국을 강하게 비난해왔고 이날 유수프 라자 길라니 총리는 향후 자국 영토에서 미국의 일방적인 공습이 있을 땐 전면적인 군사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며칠 전 무샤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이 파키스탄의 주권을 침범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밀협정에 따르면 파키스탄이 미국 측의 이번 군사작전을 몰랐다고 해도 당시에는 협정에 원칙적으로 동의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파키스탄의 한 고위 관료는 2008년 2월부터 6개월간 민주화로의 이행 기간 군부가 비밀협정을 이어받았다고 말했다. 당시는 무샤라프가 대통령으로 집권했지만, 야권인사들에 의한 민간 정부가 들어서던 시기였다.

지난해 공개된 미국의 외교전문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미국 중앙정보부(CIA)의 자국 내 무인기 공격에 대해서도 묵인한다는 태도였다.

길라니 총리는 이때 미국 관리들에게 "그들이 표적만 제대로 찾으면 상관하지 않을 것이며 국회에서 이를 항의하겠지만, 그다음엔 무시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길라니 총리는 9일 의회에서 '립 서비스'로 미국과의 유대관계를 강조하고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방문 일정을 환영했지만 "파키스탄인들을 위한 영감의 원천"이라며 중국의 지원에 고마움을 표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디지털뉴스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