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요르단 국경 폐쇄한 채 軍 시위중심도시 급습 25명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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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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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명 희생 피의 주말 하루뒤 탱크 - 중화기 동원 주민 공격
“정부군 학살 중단하라” 아랍권 - 유엔 등 한목소리

시리아에서 계속되는 당국의 반정부 시위 유혈진압에 대해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다. 서방은 물론이고 아랍권 내에서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정권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지난 주말 최소 120명의 시위 참가자가 숨진 데 이어 25일 오전 6시경 탱크와 중화기를 앞세운 정부군이 시위 중심지인 다라를 급습해 최소한 25명의 주민이 숨졌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현지 인권운동가들은 3000여 명의 보안군이 탱크와 장갑차를 몰고 시내에 진입해 사방으로 총을 쏴댔으며 새벽기도를 위해 주민들이 모여있는 곳에도 총을 난사했다고 전했다. 또 지붕 위에 저격수들을 배치해 거리로 나오는 주민들에게 총격을 가했다. 시리아 정부는 이날 작전에 앞서 요르단과의 국경을 폐쇄했다.

이처럼 학살이 계속되는 가운데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25일 “작가와 영화감독, 기자, 해외 망명자 등 시리아 출신 지식인 102명이 대규모 학살에 분노하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성명에는 정치범으로 수감생활을 한 로아이 후세인과 유명 여성 작가 사마르 야즈베크, 할라 무함마드 등이 참여했다.

나바네템 필레이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성명을 통해 “시리아 정부는 평화적 시위를 보장해야 하는 국제법적 의무가 있다”며 유혈 진압 중단을 촉구했다. 유엔 사법기구인 국제사법재판소(ICJ)도 전날 긴급 성명에서 “시위대에 대한 무차별 발포를 지시하고, 지시에 따른 당사자들은 모두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사이드 베나르비아 ICJ 중동·북아프리카 담당 자문관은 “대량학살의 증거가 충분하다”며 “안보리에서 국제조사단 파견을 결정하고 사건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시위대 학살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철저한 언론 통제에도 인터넷을 통해 현지 상황이 지속적으로 외부에 알려지기 때문이다. 알아사드 대통령의 아버지인 하페즈 알아사드 정권 때 자행된 1982년 하마 사태는 최대 4만 명이 숨진 20세기 최악의 학살 중 하나였지만 언론 통제로 실상이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엔 시리아 출신 중산층 지식인들이 국내외에서 인터넷을 이용해 계속 참상을 전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같은 시아파 정권인 이란을 제외하고는 아랍권에서도 시리아 정부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1세기 들어 지구촌이 실시간 네트워크로 연결되면서 민간인 학살 등 비인도적 범죄에 대해선 종교와 문명의 차이를 넘어 하나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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