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규장각 도서 145년 만의 귀환]박병선, 佛서 첫 발견 이슈화…박흥신, 반환협상 재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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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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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 주역들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가 약탈해간 외규장각 도서 297권 가운데 1차분 75권이 14일 귀국하기까지는 한국과 프랑스 양쪽에서 적잖은 인물들이 고비마다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이들 도서의 존재를 처음 발견하고 반환을 이슈화한 주인공은 프랑스국립도서관(BNF) 직원으로 근무했던 재프랑스 역사학자 박병선 박사(83). 그는 12일 주프랑스 한국대사관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너무나 기쁘지만 ‘대여’를 하루빨리 ‘반환’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박 박사는 “프랑스 법원도 외규장각을 약탈했다는 부분을 인정했는데 대여라는 형식으로 되돌려 받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사람이 하는 일인데 안 될 것이 있겠느냐. 국민이 힘을 합쳐 반드시 반환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직장암 수술을 하고 회복 중인 그는 요즘 병인양요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건강이 별로 좋지 않아 일을 할 때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이 힘들고 경비도 만만치 않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오랜 기간 교착상태에 빠졌던 외규장각 협상에 재시동을 건 사람은 박흥신 주프랑스 한국대사다. 박 대사는 13일 “숙원이던 외규장각 도서의 국내 귀환에 조금이라도 기여한 것 같아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협상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1993년 한-프랑스 정상 간에 합의된 ‘상호 등가 대여’ 부분을 ‘일방 대여’로 바꾸도록 프랑스를 설득하는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2009년 12월 부임한 박 대사는 외규장각 도서 문제를 문화재 반환이 아닌 양국 관계 발전의 걸림돌 해소 차원에서 접근했다. 그는 “프랑스 인사들을 만날 때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프랑스 국익에도 저해가 된다고 강조했다”며 “협상 초기 프랑스 측이 ‘외규장각을 한국에 돌려주면 (다른 나라들도 문화재 인도를 요구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며 난색을 표명했지만 ‘한국민에게는 민족의 혼이 담긴 것이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접근해 달라’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자크 랑 전 문화부 장관이 협상 과정 내내 큰 도움을 줬다고 강조했다. 랑 의원은 1989년 지휘자 정명훈 씨를 프랑스 국립 바스티유 오페라극장 음악감독으로 초빙했던 친한파 인사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을 직접 만나 여러 차례 도서 인도에 관한 조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규장각 실무협상을 진행한 주프랑스 한국대사관의 유복렬 정무참사관도 숨은 주역으로 꼽힌다. 프랑스에서 불문학 박사학위를 받고 1997년 외교부에 들어온 유 참사관은 박 대사와 함께 프랑스 외교부의 폴 장오르티즈 아태국장, 프레데리크 라플랑슈 동북아과장을 상대로 지난한 협상을 벌여왔다. 그는 “문화재 유출을 할 수 없는 프랑스 국내법상 반환이 아닌 대여로 우회해야 하는 문제는 국내의 반발이 심해 우리가 이를 받아들이는 데에만 4개월이 걸렸다”며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코앞에 다가와서도 우리의 입장이 정해지지 않아 피를 말릴 지경이었다. 어려운 결정을 내려준 프랑스 정부에 감사한다”고 전했다.

장오르티즈 국장과 라플랑슈 과장은 등가 교환 대여가 아니면 안 된다고 강력히 반대해온 프랑스 문화부와 BNF 측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양국 관계의 발전을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사르코지 대통령을 막판까지 설득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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