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오염수 바다유입에 도쿄 최대어시장 직격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5일 09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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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앞바다로 방사성 물질의 유입이 확인되면서 일본 동북부 태평양 쪽 해역은 물론 도쿄에도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평소 수산물을 즐겨 먹고 외식 때 초밥(스시)집을 자주 찾는 일본 국민은 원전 사고에 따른 바다 오염이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도쿄 최대 수산물시장 쓰키지 시장 직격탄

일요일인 3일 오후 7시경 도쿄 최대 수산물 시장으로 유명한 쓰키지(築地) 시장 주변의 S초밥 전문점.

쓰키지시장 전철역에서 북쪽으로 약 50㎞ 걸어가면 화려한 조명 간판이 걸린 3층짜리 건물의 이 음식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종업원은 평소 금~일요일 저녁을 이곳에서 먹으려면 "최소 10분 이상 줄을 서서 대기해야 한다"고 얘기했지만, 이날은 건물 밖에서 대기하는 손님이 없었다. 이 음식점은 24시간 연중무휴로 1~2층 각 층에서 요리사와 종업원 등 10여 명씩 근무 중이었다.

1층에는 빈자리가 거의 안 보였지만 2층에 마련된 50여석 가운데 6~7석은 금방자리가 난 뒤 더는 손님을 맞지 못했다. 평소 주말이면 항상 붐볐던 3층도 이날 잠깐 바빴던 때를 제외하고 더는 개방하지 않았다.

이 식당 매니저 이시이 씨(石井·35)는 "일요일 치고 우리 식당에 이렇게 손님이 오지 않기는 정말 처음인 것 같다. 매우 드문 일"이라며 "방사성 물질이 바다로 유입됐다는 소식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성 고농도 오염수가 바다로 직접 유출된 것이 처음 확인됐다고 일본 정부가 공개적으로 발표한 다음날이다.

그래도 S초밥집은 주변의 다른 상가나 음식점과 비교하면 상황이 조금 나은 편이다.

같은 골목의 3~4곳의 초밥집은 손님이 계속 뜸하자 종업원이 식당 밖으로 나와 직접 호객 행위에 나섰다.

스키지시장 전철역에서 초밥집이 몰려 있는 지역까지 가는 대로변에서는 2~3곳을 제외하고 수십 개의 상가가 모두 문을 닫았다. 대부분 초밥집이 오후 11시를 전후로 마감하는 평소와 비교하면 지진 직후 매우 침체한 분위기였다.

전철역과 붙어 있는 대규모의 수산물 하역장은 일본 전역에서 잡아들인 각종 해산물을 실어나르는 트럭과 하역 운송 작업을 하는 각종 장비 등으로 분주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 주변에서 만난 사사키 씨(佐佐木·여)는 "주말이면 이 주변은 활기차고 북적북적한 데 오늘은 조용한 편이다. 원전 사고의 영향도 있겠고 일본 사람들이 대지진과 쓰나미의 여파로 전반적으로 외식이나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도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쓰키지시장을 4일 다시 찾았지만 평소 각종 해산물 판매와 경매 등으로 활기찬 상인들의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다. 도쿄의 유명 관광 명소이기도 한 이곳에서 자주 목격되던 관광객도 이날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초밥집 4~5개 몰려 있는 한 골목에서는 종업원 2명이 각각 다른 음식점에서 흰색 옷을 입고 몇 안 되는 보행자를 대상으로 '이랏샤이마세(어서오십시오)'를 연방 외치는 모습이 가라앉은 이곳 분위기를 더 대변하는 듯했다.

이러한 현상은 수치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쓰키지시장을 찾는 고객이 지난달 22일 이후 3분의 1로 격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후쿠시마 원전 부근에서 기준치의 127배의 요오드가 검출된 지난달 22일 지바현 이스미시 어시장에서 방어 가격이 3분의 1로 떨어지기도 했다.

후쿠시마 인근에서 어업이 사실상 불가능해져 후쿠시마현은 물론 인근의 미야기(宮城), 이바라키(茨城), 지바(千葉) 등의 어업도 타격을 받고 있다.

주메뉴가 회와 초밥인 도쿄 시내 초밥집에도 손님들의 발길이 크게 줄었다고 일본 교민 등이 전했다.

유통업체들은 수산물 산지 표시를 엄격히 하는 방식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얻고자 노력하는 등 바다 오염 사태는 계속 확산하는 양상이다.

◇오염수 방출에 바다오염 악화 우려

일본 수산물 시장이 원전 사고에 직격탄을 받은 와중에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4일 오후부터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법정기준의 100배인 오염수 1만1000여t을 바다에 방출키로 해 바다 오염이 악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아직 후쿠시마 주변 바다에서 생산되는 어패류에 대한 방사성 물질 측정이 이뤄지지 않는데다 어류가 한 곳에 머물지 않고 광범위하게 활동한다는 점이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방사성 물질이 음식물을 통해 인체에 흡수될 경우 호르몬생성과 신진대사 조절을 담당하는 갑상선에 축적돼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심각한 불안을 야기하는 방사성 물질은 요오드보다 세슘이다. 세슘은 반감기가 30년이어서 먹이사슬을 통해 방사성 물질이 축적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의 세슘이 바다에서 검출된 예가 세계적으로 없어 어느 정도 어패류에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방사성 물질이 바다 어디까지 확산했는지에 대한 자료도 없어 곧바로 해수의 오염 정도를 측정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본 정부와 전문가들은 요오드가 바닥이나 바위에 뿌리를 내린 해조류에는 쌓일 수 있으나 자유롭게 이동하는 어류의 체내에 축적되기는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또 원전 주변의 어류와 해초 등을 매일 먹는 경우 1년간 성인이 받는 방사선량은 0.6밀리시버트로 연간 방사선량 기준치인 1밀리시버트를 밑도는 수준이어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쿄 시민인 오가키 씨(大垣·여)도 "원전 사고에 따른 방사성 물질이 바다로 흘러가면 해초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움직이는 물고기에는 문제가 없다고 뉴스에서 들었다. 그래서 해산물이나 초밥을 먹을 때 이런 점은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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