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신용등급 3단계 급락… 유럽중앙銀 7일 금리인상 확실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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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고물가 저성장’ 늪 빠지나

포르투갈의 국가신용등급이 재정파탄으로 한 번에 3단계나 강등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유럽 재정리스크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중동 정세의 불안에 따른 원유가격의 고공행진과 동일본 대지진에 이어 유럽 재정위기까지 겹친 삼각파도가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유럽중앙은행(ECB)이 7일 22개월 만에 처음으로 인플레이션을 방어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여 세계 경제의 눈은 유럽으로 쏠리고 있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피치는 1일(현지 시간) 포르투갈에 대한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3단계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BBB―’ 등급은 투자적격등급에서 가장 낮은 단계로 정크본드보다 불과 한 단계 높다. 피치는 포르투갈이 6월 5일 총선 이전에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유로존 등 외부의 지원을 적절하게 받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포르투갈은 지난해 재정적자가 당초 목표치인 국내총생산(GDP)의 7.3%를 뛰어넘어 8.6%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1일 단기국채 입찰에서 조달금리가 5.79%로 지난해 7월(3.16%)보다 크게 높아졌다. 특히 이달에 42억 유로, 6월에 49억 유로의 대규모 채무를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라 위기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캐럴린 앳킨슨 국제통화기금(IMF) 대변인은 “포르투갈이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고 최근 상황을 평가했다.

남유럽 재정 위기국으로 불리는 ‘PIIGS(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가운데 그리스와 아일랜드가 구제금융을 받은 데 이어 포르투갈과 스페인까지 위기가 전염되면 국제금융시장에 큰 파장이 불가피하다. 재정 위기를 겪는 나라의 국채를 보유한 국제금융회사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돈줄을 죄기 시작하면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시 한 번 출렁할 수 있다. 여기에 중동과 일본 사태로 위축되고 있는 생산 및 소비심리에도 영향을 미쳐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주춤해질 수 있다.

이런 가운데 ECB가 7일 열리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 확실시되고 미국도 금리인상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얘기가 꾸준히 나오면서 세계 경제는 긴축 기조로 일제히 돌아설 기세다. 장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단호한 행동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는 발언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3월 유로존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2.6% 올라 목표치(2%)를 훨씬 상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09년 5월 이후 동결한 금리를 22개월 만에 손을 댈 것이 확실해지고 있다.

주요국이 이처럼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으로 돌아서고 있지만 물가는 잡지 못하고 경기만 위축시킬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이럴 경우 ‘고물가 저성장’의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유럽의 재정위기와 금리인상은 두 방향에서 세계 경제의 위축을 불러올 수 있어 그 영향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이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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