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전쟁]“아랍국가 참여한 ‘정치委’ 통해 나토가 작전지휘권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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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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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국적군 지휘권 잠정 합의

미국이 대(對)리비아 다국적군 공습에서 ‘2선 후퇴’를 선언한 뒤 초래된 작전지휘권 논란이 해법을 찾았다. 미국 영국 프랑스 터키 등은 앞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리비아 군사작전에서 핵심 역할을 맡되 아랍국가 및 비(非)나토권 국가를 포함한 정치위원회가 군사작전을 주도하고 감독하는 새 형태의 지휘체계에 잠정 합의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23일 보도했다.

미국에 이어 프랑스와 영국 정부도 22일 앞으로 리비아 작전 지휘체계에서 나토가 주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정치위원회’라는 형식을 통해 리비아 군사작전을 지휘하는 방안은 현재 아프가니스탄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국제안보지원군(ISAF)과 비슷한 모델이다.

정치위원회는 군사작전에 참여한 국가의 외교장관들로 구성되며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 등 아랍권 국가도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리비아가 이슬람국가이자 아랍국가라는 점에서 다른 아랍국가의 참여는 군사작전의 명분 확보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두 개의 전쟁을 수행 중인 미국은 작전 초기단계에서 발을 빼게 돼 이슬람국가와의 세 번째 전쟁이라는 부담을 덜게 됐다. 나토 입장에서는 아랍국가까지 포함한 정치위원회의 통제를 받는 모양새를 갖춤에 따라 서방 중심의 집단방위체제인 나토에 대한 아랍권의 부정적 인식을 희석하는 정치적 보호막을 얻었다는 평가다.

아직 28개 나토 회원국 간 협의 과정이 남아 있으나 주요 회원국 사이에 광범위한 합의가 이뤄짐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 벨기에 브뤼셀,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중 한 곳에서 리비아 작전 참전국의 외교장관들이 모일 예정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좀 더 확장된 군사작전을 펼치기 위한 상설 통합사령부 설치는 다음으로 미뤄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독일 등이 반대하고 있어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그동안 미국과 영국은 군사작전에 경험이 많은 나토가 지휘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태도였다. 반면 프랑스는 나토가 나서면 아랍권이 반발할 것이라며 부정적이었다. 나토 회원국 중 유일한 이슬람국가인 터키는 특히 나토의 직접 개입에 반발했다. 나토를 대신해 정치위원회라는 비나토 조직을 내세운 것은 터키 내 국민정서를 고려한 조치라고 외신은 풀이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현재처럼 국가별로 나뉘어 있는 작전센터에서 각각 자국의 리비아 작전을 지휘하고 나토는 이를 총괄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는 독일의 람슈타인 기지에서 미군 아프리카사령부가 작전을 총괄 지휘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합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펼친 전화외교의 산물”이라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나토 개입에 반대하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합의를 이끌어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아랍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군사작전에 참여하고 있는 카타르의 셰이크 하마드 빈 칼리파 알 타니 국왕에게도 전화를 걸어 협조를 구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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