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지진] “후쿠시마 원전, 지금 콘크리트로 덮으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1일 10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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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의 해결책의 하나로 `체르노빌식 처방'이 거론된다. 콘크리트를 이용해 뜨거워진 원자로를 아예 덮어버리자는 것이다.

일본 당국도 최후의 수단으로 그런 방법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상태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전문가들은 아직은 그 정도의 필사적인 처방에 나설 때가 아니며 당장은 원자로를 식히려는 노력에 주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콘크리트 매장법' 자체가 위험성을 갖고 있어 섣불리 나섰다가는 자칫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 6기 중 4기에서 화재와 폭발, 부분적인 노심용해(멜트다운)가 발생한 상황에서 방사성 물질을 냉각하기 위한 방법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자위대는 연일 소방차를 동원해 엄청난 양의 물을 뿌렸고 현장 작업원들은 새 전력선이 연결되면 냉각장치를 재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언론은 18일 비상수단으로 원자로와 사용후 연료봉을 콘크리트로 봉인하는 방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개념은 뉴욕시립대학교의 가쿠 미치오 교수(물리학)가 강력하게 주장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방송에서 과학채널의 진행을 맡고 있는 그는 핵분열을 막는 붕산과 모래, 콘크리트를 총동원해 방사성 물질을 봉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쿠 교수는 이런 대대적인 노력에는 계획을 짜는데만 몇 주는 아니더라도 최소 몇 일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유사시에 대비해 당장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본 원자력안전보안원과 도쿄제철은 생각이 다르다. 원자력안전보안원의 니시야마 히데히코 대변인은 "우리 생각에 그것은 비현실적옵션"이라고 말했다. 도쿄전력 간부인 고바야시 데루아키도 "원자로를 묻어버리는 방법도 염두에 두고 있지만 그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언젠가 원전 부지에 콘크리트 무덤이 서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원자로가 냉각된 이후에나 가능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체르노빌식 방식의 리스크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선 콘크리트나 모래와 같은 무거운 물질이 고공에서 투하될 경우 충격으로 방사성 물질을 억제하고 있는 격납시설이 손상되면서 방사성 물질의 또다른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미 오하이오주 프란체스코대학의 원자력 전문가인 알렉스 시크 교수는 20일 외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헬기를 이용해 수백피트의 높이에서 몇 톤의 물질을 떨어뜨릴 경우 손상이 불가피하다"며 "좋은 생각이 아니며 중단하거나 신중하라고 권하고 싶다"고 했다.

체르노빌에 살았고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 관한 연구논문도 썼던 그는 러시아 당국의 경우 헬기를 동원해 5000t의 모래와 흙 등으로 사고 원전을 덮었지만 일본은 현재 체르노빌과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후쿠시마 원전은 노심에서의 방사성 물질 유출을 차단하기 위해 몇 겹의 장치가 갖춰져 있는데, 여기에 엄청난 무게의 콘크리트를 부어 격납용기에 균열이 생기고 결국 노심용해로 이어질 위험을 무릅쓸 필요가 있느냐는 설명이다.

또 다른 위험요소는 사용후 핵연료다. 폐연료봉에 많은 양의 모래를 쏟아 부으면 일단은 방사성 물질의 누출을 막을 수는 있겠지만 이로 인해 폐연료봉이 외부와 절연된 상태에서 온도가 더욱 빠른 속도로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스웨스턴대학의 엘머 루이스 교수는 이렇게 되면 콘크리트 바닥이 분해되면서 폐연료봉이 밑바닥을 뚫고 나올 수도 있으며 결과적으로 방사성 물질의 유출을 억제하려는 노력을 더욱 어렵게 만들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시크 교수는 다만, 체르노빌 사고 때와 마찬가지로 헬기를 이용해 먼지를 억제하는 물질을 살포하는 것은 좋은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방사성 물질은 먼지를 타고 엄청난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데 그것을 막자는 것이다.

그는 작업원들의 추가적인 방사선 노출 위험을 감수하는 한이 있더라도 지속적으로 먼지를 가라앉히기 위한 분무장치를 설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루이스 교수는 콘크리트로 원전을 덮는 것은 방사성 물질의 냉각의 이뤄진 이후에나 현실화될 수 있는데 냉각에는 몇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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