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日本 대지진]3호기 냉각하려면 최소 물 700t 필요한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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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 10분만에 작전 끝… 바닷물 투하 30t 그쳐소방차 6대도 물대포… 방사선량 오히려 늘어

17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주변은 아침 일찍부터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였다. 오전 9시 48분 마침내 도쿄 센다이 육상자위대 주둔지에서 4대의 자위대 헬리콥터가 거센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이륙했다. 14일 폭발 이후 계속 온도가 오르고 있는 후쿠시마 제2원전 3호기를 식히기 위한 이른바 ‘0948 작전’이 시작된 것이었다.

헬기는 온도가 급상승하고 있는 원자로에 바닷물을 들이부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 원자로를 식히라는 특명을 부여받았다. 원자로를 식히기 위해 헬기가 동원된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후쿠시마 원전은 16일부터 고농도 방사성 물질을 방출하고 있어 지상에서 냉각작업이 불가능하다. 지금으로서 취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인 셈이다. 이 작전마저 실패하면 후쿠시마 제1원전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치명적 상황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흰 연기가 쉴 새 없이 뿜어 나오는 원자로 3호기에 헬기가 도착했다. 상황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헬기에서 내려다본 3호기는 수조 속 냉각수가 고온에 이미 증발해 버려 연료봉이 심하게 파손돼 있었다. 인접한 4호기 역시 냉각수가 충분하지 않았다. 방사선 농도가 작전 수행에 별 문제 없음을 확인한 1호 헬기가 작전 개시 사인을 보내자 3대의 헬기가 일제히 각자의 임무 위치로 흩어졌다. 90m 상공에서 측정된 방사선 농도는 100mSv(밀리시버트)로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40분이었다. 이 시간을 넘기면 치명적인 피폭 피해가 발생한다. 헬기 2호의 작업 지휘에 맞춰 CH47 헬기 2대가 바닷물을 퍼 날랐다.

헬기에 매단 깔때기 모양의 용기에 담을 수 있는 물의 양은 7.5t. 모두 4차례에 걸쳐 상공에서 물을 투하했지만 바닷물은 바람에 날려 산산이 흩어졌다. 원자로 3호기에는 514개의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는 수조가 있다. 수조를 가득 채우려면 1200t이 필요하며 냉각을 위해서는 최소 3분의 1이 차야 한다. 하지만 투하된 물은 원자로의 외부 벽만 적셨을 뿐이다. 30t의 바닷물로는 바싹바싹 말라가고 있는 3호기의 갈증을 해소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헬기 작전은 10여 분 만에 종료했다. 애당초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작전이었다. 그럼에도 작전명령을 내린 것은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NHK 보도에 따르면 헬기 작전 이후 원자로 주변의 방사선 농도는 큰 차이가 없었다.

헬기 작전이 실패한 지 10시간이 지난 오후 7시 반. 이번에는 방사선 농도가 낮아지기만 기다리던 경찰청과 자위대의 ‘냉각기동대’가 투입됐다. 고압으로 물을 쏘아 올릴 수 있는 물대포를 갖춘 경찰청 소방차와 자위대 소속 대형 소방차 6대가 원전 3, 4호기의 뻥 뚫린 지붕 위로 물을 일제히 쏴 올렸다. 하지만 관측된 방사선량은 오히려 더 늘어 두 번째 작전도 수포로 돌아갔다.

자위대와 경찰청의 입체작전과는 별개로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에 전력 공급을 위한 송전라인 복구 작업을 진행했다. 지진으로 송전시스템이 파괴돼 작동을 멈춘 노심냉각 시스템을 소생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날은 우선 송전선으로부터 가설케이블 공사를 마쳤고 향후 각 원자로에 전력을 송전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들어간다. 이날 복구작업에는 원전에 투입된 181명을 포함해 총 320여명이 참여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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