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日本 대지진]‘전력공급→냉각펌프 가동↔물 투입’ 되면 일단 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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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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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에 전력이 공급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전기가 정상적으로 공급된다면 냉각장치가 작동하면서 원자로의 온도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전기가 들어오더라도 냉각 장치 등 각종 설비들이 고장 났을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 희망인 전기 공급 후에도 제대로 원자로가 안정되지 않는다면 방사성 물질의 대량 누출이라는 비극적인 결말로 끝날 수도 있다. 》
■ 원전위기 수습 ‘성공 시나리오’

○ 전기 공급→원자로 냉각 성공


강현국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전기가 공급돼 냉각수 순환이 이루어지면 일단 안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냉각펌프가 작동을 하면서 원자로 내부로 물을 보낼 수 있게 된다. 일단 외부에서 물이 투입되면 뜨거워진 원자로 내 노심의 온도를 점차 낮출 수 있다.

강 교수는 냉각기만 정상화되면 어렵게 외부에서 물을 공급하지 않고도 열기를 충분히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현재 전기로 내부에 있는 물(바닷물)을 밖으로 빼내 이 물을 식힌 뒤에 다시 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방식으로 원자로 내부에 있는 바닷물을 계속 순환시키면서 온도를 낮추는 것이다. 그는 “이 방식이 뜨거워진 물을 증기로 뽑아내고 다시 물을 넣는 것보다 효율적일 뿐 아니라 방사성 물질 누출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가 들어오면 3, 4호기의 ‘사용후핵연료 핵분열 연쇄반응’도 막을 수 있다. 윤철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은 “사용후핵연료가 문제가 된 것도 결국 물이 없어졌기 때문”이라며 “이 문제도 냉각기가 작동하면 해결된다”고 설명했다. 4호기 저장고에는 최대 1600L의 냉각수가 들어갈 수 있다. 비록 속도는 느리더라도 1분에 1L를 넣을 수 있는 일반 펌프로도 충분히 냉각수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기만 원활하다면 진정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일단 안정이 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장순흥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한국원자력학회 수석부회장)는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후쿠시마 원전 4호기의 사용후연료봉이 다시 핵분열을 일으키는 재임계(再臨界) 상태가 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노심 속 핵연료봉이든 사용후핵연료든 모든 핵분열 반응은 핵연료가 완전히 다 녹아내리고 공 같은 형태로 뭉쳐야 가능한데 두 가지 모두를 충족시킬 확률은 무척 낮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만에 하나 핵분열 반응을 일으키더라도 이미 핵연료가 많이 타버려 농축도가 크게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핵분열 반응이) 오래 지속되지 않고 자연적으로 정지할 것”이라며 “그럴 경우 방사성 물질 누출량이 적기 때문에 피해가 크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 4호기의 경우 사용후핵연료가 있는 수조가 격납용기 바깥에 있기 때문에 방사성 물질 누출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설”이라며 “한시라도 빨리 원전 사고 대처의 가장 기본인 전력 복원을 완료해 펌프와 계측기 등 시설을 제어한 뒤 냉각수를 공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기 공급은 냉각장치뿐 아니라 발전소의 각종 측정 센서들도 살려낼 수 있다. 강 교수는 “센서가 작동하면 내부의 상황을 정확하게 알 수 있어 위험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원자로 내에 얼마나 물이 있는지’ ‘내부 온도는 얼마인지’ 등 정확한 정보가 없어서 발전소 측은 ‘데이터’가 아닌 ‘감’에 의존해서 일을 처리했다. 이 때문에 사고가 점점 확산됐다는 지적이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원자로가 안정화되면 방사선량을 측정한 뒤 높은 수치가 나오면 콘크리트로 밀폐하고, 낮으면 오염물질을 제거한 후 해체해 폐기물로 처리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 원전위기 수습 ‘실패 시나리오’ ▼

○ 전기 공급 차질(냉각장치 이상)→방사성 물질 누출


전기 공급이 될지 아직은 미지수다. 전기는 17일까지도 들어오지 않았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결국 현재처럼 외부 발전기 등으로 바닷물을 투입하고 헬기로 물을 뿌리는 등 임시 조치를 계속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임기응변식으로는 냉각수의 수조를 모두 채우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현재 원전 근처에서 강한 방사선이 나오고 있는 게 문제다. 강한 방사선이 계속 쏟아져 나오면 접근하기 어렵다. 181명의 현장 직원들이 아직까지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기가 안 들어오면 임시 조치들도 오랫동안 계속하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전기가 없으면 3, 4호기의 사용후핵연료 수조 물을 채우는 것도 힘들어진다. 제무성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핵연료봉이 수증기와 반응하면 처음엔 수소를 만들고 수소를 다 만들고 나면 산소와 반응하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핵연료봉이 타면서 핵연료가 분말 형태의 재처럼 나와 방사성 물질이 대량 누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만일 극적으로 전기가 공급된다고 하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 그동안 일어난 폭발, 바닷물 투입 등으로 인해 냉각수 순환 장치가 작동하지 못할 수 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바닷물에는 자갈, 진흙과 같은 이물질이 많아 장치가 이미 고장 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기가 들어오고 냉각펌프가 작동해도 폭발 우려는 여전히 있다. 서 교수는 “현재 원자로 내부의 압력이 높아 (펌프가 작동해도) 펌프로 냉각수를 투입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냉각을 위해 투입한 바닷물이 뜨거운 노심과 만나면서 증발한 기체가 원자로 속을 꽉 채우고 있어서다.

△전기 복구 실패 △냉각장치 고장 △냉각수 투입 불가능 중 어느 한 가지라도 발생하면 증기 폭발로 인한 방사성 물질 대량 누출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3호기와 4호기의 저장수조에 있는 사용후핵연료 핵분열 연쇄반응과 깨진 격벽용기 사이로 방사성 물질이 대량으로 대기에 노출되는 것이다.

김규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youtae@donga.com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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