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군사개입 논의 가속]오바마 “나토, 리비아에 군사대응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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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권을 장악한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 측이 전투기를 동원해 반정부군을 무차별적으로 폭격하면서 국제사회의 군사 개입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7일 리비아 사태와 관련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군사적 옵션을 포함한 광범위한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와 회담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리비아 정부가 저지르고 있는 폭력행위는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군사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카다피 원수의 측근들을 직접 겨냥해 “리비아에서 지속적으로 벌어지는 모든 폭력적 행동에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리비아 사태 난민 구호용으로 1500만 달러의 예산 지출을 승인했다.

나토는 리비아에 대한 군사 개입을 위한 첫 준비 조치로 7일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를 투입해 리비아 상공에 대한 24시간 감시체제를 구축했다. 또 10일 회원국 국방장관 회의를 개최해 △비행금지구역 설정 △무기금수조치 시행 방법 △인도주의적 원조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영국과 프랑스는 카다피군 전투기의 반정부군 폭격을 막기 위해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포함한 유엔 결의안 초안 작성을 시작했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교장관은 이와 관련해 “나토군이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 다양한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에서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는 결의안을 놓고 우방국들과 긴밀하게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의안 초안은 이번 주 안보리에 제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미국 내에서도 비행금지구역 설정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적지 않아 단기간 내 가시화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보 달더 나토 주재 미국대사는 “비행금지구역이 전투기에는 효과가 있으나 (공격용) 헬기는 막기 힘들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이에 따라 반정부군에 무기를 제공하는 우회적인 군사 개입 카드가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7일 브리핑에서 “(미국의 군사 개입 카드 중) 반정부 세력에 무기를 제공하고 무장시키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는 옵션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방법 역시 유엔 안보리 결의를 무시하는 결정이라는 논란을 안고 있다. 반정부군에 무기를 제공하는 것은 리비아에 대한 무기 수출을 금지한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를 위반하기 때문이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7일 “반군을 무장시키는 것은 지난달 26일 채택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나토와 함께 군사적 대응 방안을 광범위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군사 개입 카드가 조만간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아랍국가 내전에 대한 군사적 개입이 불러올 정치적인 후폭풍과 범아랍권에서의 반미 감정을 고려해 제3국이나 우회 경로를 통한 무기 지원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지 않은 채 곧바로 리비아 활주로나 미사일기지 레이더 시설을 파괴하는 방안도 있지만 비현실적이다. 결국 오바마 행정부의 군사 개입 정도는 리비아 현지 사태 양상과 국제사회 여론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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