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시위 ‘들불’에 국내건설사들 ‘火傷’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국내 일감 줄어 해외수주에 사활 걸었는데…

민주화 시위가 중동 전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중동지역 해외건설 수주액이 지난해 1∼2월 31억 달러에서 올해 같은 기간 10억6328만 달러로 급감하는 등 해외건설 수주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신규발주 취소 또는 연기, 공사비 지급 중단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극심한 국내 건설경기 침체 속에서 해외 건설로 활로를 열어왔던 건설업계는 잔뜩 긴장한 채 중동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 건설 수주 급감


지난해 국내 건설업체가 해외에서 수주한 금액은 715억7300만 달러(약 80조1600억 원)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올해도 안정적인 고유가 추세와 중동 산유국에서 플랜트 발주가 지속돼 수주금액이 최대 8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도 올해 해외 수주에 사운을 걸었다. 한국건설경영협회에 따르면 31개 대형 건설사는 올해 해외 수주 목표액을 지난해 실적(45조1277억 원)보다 50% 더 많은 68조100억 원으로 잡았다.

하지만 중동시장에 의존해 설정해 놓은 목표는 불길처럼 번지고 있는 ‘중동 리스크’로 수정이 불가피한 상태다. 중동 지역은 지난해 국내 건설사들이 따낸 해외 수주의 65.9%(472억4900만 달러)를 차지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중동은 국내 플랜트 수주 시장의 전략적 요충지”라며 “사태가 확산될 경우 수주물량 확보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권교체 등 정정(政情) 불안과 공사 중단에 따라 미수금도 발생할 수 있어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중동 지역에 308개 건설사가 진출해 402건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시공 잔액은 1379억 달러에 이른다.

○ 걸프지역으로 불길 번지면 더 타격


민주화 시위에 따른 건설업계의 피해는 아직까지 크지 않다. 하지만 주력 수주시장인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카타르, 오만, 바레인)으로 불길이 번진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중동지역의 건설경제 관련 조사기관인 MEED 프로젝트에 따르면 앞으로 5년 동안 GCC 6개국의 전체 프로젝트 발주 예상 규모는 1조3000억 달러에 달한다. 상당수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정정이 불안해지면 발주시장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한편 리비아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22일 KOTRA에 따르면 한일건설의 자위아 건설현장에 현지 주민 50여 명이 난입해 차량 등을 약탈했다. 남부 젠탄 시의 이수건설 현장에도 주민들이 난입해 캠프가 파손되는 피해를 봤다. 20일에도 동명기술공단의 쿰스 캠프와 본부, 자위아 캠프에 현지인들이 난입해 차량과 노트북컴퓨터 등을 탈취했다. 동명기술공단은 한국인 근로자 7명을 잔주르 시로 긴급 대피시켰다. 현지 직원들의 안전 확보를 위한 대피도 계속됐다. 쌍용건설은 한국인 근로자 3명을, 삼부토건도 직원 1명과 가족 2명을 21일 출국시켰다.

한편 정부는 벵가지 등 동북부 지역에 고립된 한국인 근로자 360여 명의 식량이 부족할 것에 대비해 발주기관과 현지 주민을 통해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상황이 악화될 경우 전세기를 띄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비자 없이도 출국할 수 있는 방법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