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레인軍 수도 장악 사실상 계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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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 장례식장서 “국왕 퇴진” 구호… 예멘-리비아선 유혈충돌 잇따라
이집트시민 수십만 ‘승리행진’

18일 중동은 환호와 분노로 극명하게 엇갈렸다. 혁명의 진원지 이집트에서는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하야 일주일을 맞아 수십만 명이 승리의 행진을 벌였다. 그러나 반정부 시위가 며칠째 이어지고 있는 바레인 등 다른 중동 국가에서는 유혈충돌이 멈추지 않았다.

○ 걸프 6국 시위확산 차단 골머리

전날 새벽 경찰의 기습적인 유혈진압으로 수도 마나마 거리에서 밀려난 반정부 시위대 수천 명은 이날 오전 마나마 남쪽 시트라 섬에서 열린 희생자 3명의 장례식과 이슬람 시아파 중심지인 서북부 디라즈의 모스크 등지에서 “국왕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전날 탱크를 앞세운 중무장 군인들이 장악해 사실상 계엄 상황에 처한 마나마에서는 친정부 시위대가 “국가를 보호하자”며 행진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바레인 외교장관에게 17일 전화를 걸어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나 바레인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등 6개국으로 구성된 지역기구인 걸프협력위원회(GCC)는 이날 외교장관회의를 열고 “걸프 국가들은 바레인의 근본적이고 급진적인 변화를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AFP통신은 “바레인의 반정부 시위 물결이 자국으로 넘어오는 것을 바라지 않는 다른 걸프국들이 (바레인에) 군사적 개입을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바레인 반정부 시위는 정권과 경제계를 장악한 이슬람 수니파 엘리트층에 오랫동안 저항해온 시아파(국민의 70%)가 주도하고 있다.

예멘은 수도 사나와 남부 항구도시 아덴 등지에서 이날 8일째 반정부 시위가 계속됐다. 사나 남쪽 타이즈 시에서는 시위대 사이에서 수류탄 한 발이 터져 2명이 죽고 27명이 부상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이날 희생자를 포함해 지금까지 적어도 5명이 숨졌다.

리비아 제2의 도시 벵가지 등에서도 수천 명이 참여한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다. 반면 수도 트리폴리에서는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가 친정부 시위대의 연호 속에 카퍼레이드를 했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리비아에서는 이날까지 최대 24명이 숨졌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는 18일 현 정부를 지지하는 친정부 시위대 수만 명이 거리로 나왔다. 이날 시위를 예고했던 반정부 시위대는 전날 웹사이트를 통해 “14일 시위 도중 숨진 두 명을 추모하는 시위를 (18일 대신) 20일 열자”고 알렸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에 망명 중인 진 엘아비딘 벤 알리 전 튀니지 대통령은 뇌중풍으로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 이집트 타흐리르광장에선 축제

민주화 성지로 자리매김한 이집트 카이로 도심 타흐리르 광장에서는 이날 수십만 명이 국기를 흔들고 박수를 치며 18일간 이어졌던 시민혁명의 승리를 기념하는 축제를 벌였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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