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영유권 외교, 러에 맞고 中서 울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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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을 제공하는 대가로 러시아와의 쿠릴열도 남단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영유권 분쟁을 유리하게 이끌려던 일본의 전략이 일단 무위에 그쳤다. 지난해 9월 발생한 중국과의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분쟁 후속처리도 다시 벽에 부닥쳤다.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일본 외상은 러시아를 이틀간 방문하고 돌아온 12일 “러시아와의 교섭이 평행선을 달렸다”며 협상 실패를 인정했다. 경제 분야에서 당근을 제시하면 영유권 문제를 진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의욕적으로 러시아로 향했지만 러시아의 태도는 완강했다.

세르게이 나리슈킨 러시아 대통령행정실장은 12일 마에하라 외상과의 회담에서 “일본의 주장이 바뀌지 않는 한 영토 문제 협의를 계속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일본이 쿠릴열도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반환을 요구하는 한 교섭 자체에 응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은 마에하라 외상에게 악수도 청하지 않을 정도로 쌀쌀했다.

일본의 외교 실패는 자초한 측면이 크다. 마에하라 외상의 러시아 방문을 앞두고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북방영토의 날’인 7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지난해 11월 쿠릴열도 방문에 대해 “용인하기 어려운 폭거”라고 비난함으로써 러시아를 자극한 것. 라브로프 장관은 즉각 “간 총리의 발언은 비외교적 언사”라며 맞대응했고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9일 국방장관에게 “충분한 무기, 현대적 무기로 안보를 확고히 하겠다. 지금 당장 무기를 이동시키고 필요한 조치를 완수하라”며 쿠릴열도 군비 증강을 지시했다. 주일 러시아대사관에 총알이 든 우편물이 배달되고 러시아 청년단체 등은 주러 일본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쿠릴열도를 둘러싼 양국 대립은 점점 거칠어졌다.

쿠릴열도 남단 4개 섬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옛 소련이 차지했고 일본이 꾸준히 반환을 요구하고 있는 분쟁 지역. 일본은 유전개발과 원자력기술협정 등 경제협력을 지렛대로 삼아 영유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전략이다. 러시아도 한때 이 방식에 솔깃했지만 이젠 경제와 영토 문제는 별개라는 방침을 굳혔다. 러시아는 최근 한국이나 중국의 투자를 받아 쿠릴열도 남단을 개발할 수 있다는 방침을 슬쩍 비쳐 일본의 조바심을 부채질했다.

일본은 센카쿠 문제에서도 다시 중국과 삐걱거리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9월 중국 어선과 충돌한 순시선의 수리비 등 1430만 엔을 배상하라고 중국 측에 요구했지만 마자오쉬(馬朝旭)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댜오위다오와 그 부속도서는 예부터 중국 고유영토로 일본 측은 충돌사건에 대해 깊이 반성해야 하고 이른바 배상 요구를 할 권리가 없다”며 거절했다. 일본 입장에선 공식적으로 반발하자니 지난해의 ‘끔찍한 보복’이 두렵고, 그냥 넘기자니 외교적 굴욕이란 비난이 부담스러운 진퇴양난에 빠졌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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