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끄떡없는 리비아-북한… 그곳에도 ‘봄’은 올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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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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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국제부
주성하 국제부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성공한 시민혁명을 바라보면서 많은 사람이 북한의 시민혁명에 대한 희망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자는 이번 아랍권 민주화 도미노의 진행 상황을 보면서 진짜 독재국가를 무너뜨리기가 얼마나 힘든지 새삼 느꼈다. 대표적인 경우가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가 42년째 집권하고 있는 리비아이다. 리비아는 튀니지와 이집트 사이에 끼어 있음에도 지금까지 민주화의 미풍도 불지 않고 있다. 왜일까.

리비아는 통치자에 대한 신격화와 정치적 반대파들에 대한 탄압의 강도가 인접한 다른 전제주의 국가보다 높다. 어딜 가나 카다피 초상화가 걸려 있음은 물론이고 외국인조차 ‘카다피’라는 이름 대신 ‘지도자님’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신고가 들어가면 불경스럽다는 이유로 연행돼 조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는 이유로 사형과 종신형을 선고하기도 하는 등 정치범에 대한 대응도 인접국보다 강도가 높다.

상당히 서구화된 튀니지나 해마다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이집트와는 달리 리비아는 2006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될 때까지 25년 동안이나 서방의 제재를 받아 개방 속도가 더뎠다.

물론 리비아의 지도자 신격화와 정치탄압, 폐쇄성은 42년생 동갑내기 독재자가 통치하고 있는 북한과 비교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이다. 리비아에는 수십만 명이 수감된 정치범수용소도, 연좌제도 없다. 신격화나 언론통제 수준도 북한에 감히 댈 게 못 된다. 리비아 사회가 비록 오랫동안 폐쇄적이었다 해도 북한에 비하면 무색할 정도다. 리비아는 거의 모든 주민이 인터넷을 할 수 있으며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상당히 퍼져 있다. 인터넷과 SNS가 전무하고 외국인을 구경조차 하기 힘든 북한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20세기 후반 이래 독재자가 자신을 신격화한 나라에서 피플파워가 철권통치를 무너뜨린 경우는 1989년의 루마니아 정도가 아닐까 싶다. 루마니아는 독재가 강하긴 했지만 종주국 소련에 깊게 매여 있었고 역시 공산당이 집권해온 이웃 국가들과 오랫동안 친밀하게 얽혀 있어 동유럽 민주화 도미노를 피할 순 없었다. 그런 루마니아도 니콜라에 차우셰스쿠가 처형될 때까지 비밀경찰이 저항하는 바람에 단 며칠 만에 1142명의 사망자와 3138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그만큼 진짜 독재는 무너뜨리기가 힘들다. 앞으로 리비아에도 시민혁명의 불길이 번진다면 북한에도 희박한 기대를 걸어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리비아가 튀니지와 이집트 사이에서도 끄떡없이 버틴다면….

주성하 국제부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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