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이집트]이집트 누가 집권해도 反美깃발 들긴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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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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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시위세력 노선유지 전망… 무슬림형제단은 집권 어려워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퇴진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차기 이집트 정부가 어떤 성격을 띨지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기정사실로 여기면서 대(對)아랍 정책의 새판 짜기에 돌입한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백악관을 비롯해 국방부와 국무부, 중앙정보국(CIA) 등이 총동원돼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별로 미국의 국익과 중동질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2일 브리핑에서 “워싱턴 전역의 많은 빌딩에서 총체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드러난 이집트 반정부 세력의 이념적 종교적 정체성을 종합해보면 이번 시위사태가 친미 성향의 무바라크 대통령을 겨냥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차기 이집트 정부가 노골적인 반미(反美) 성향을 보이며 중동정책을 근저부터 뒤바꿀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포스트 무바라크 권력’을 놓고 각축을 벌일 것으로 유력시되는 3개 세력은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75)을 내세운 군부세력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69)을 구심점으로 한 반정부 시위 주도세력 △이슬람 원리주의를 기반으로 한 무슬림형제단 등이다.

이 중 술레이만 부통령을 내세운 군부세력의 재집권은 미국과 무바라크 대통령이 선호하는 카드다. 이집트의 친미 노선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위대가 무바라크 대통령의 심복인 술레이만 부통령의 퇴진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술레이만 부통령 카드가 통하지 않을 경우 군부가 사미 아난 참모총장(63)을 대안인물로 내세울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아난 참모총장은 청렴한 이미지로 대중적 지지도가 높을뿐더러 미국과의 관계도 매우 좋은 편이다.

엘바라데이 전 사무총장이 집권할 경우에도 이집트의 대미, 대중동 정책은 상당 부분 승계될 것으로 보인다. IAEA 사무총장 재직 시 반미 성향을 보였던 그는 2일 미국 CBS 방송 인터뷰에서 “차기 이집트 정권이 반미 정권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슬림형제단이 집권할 경우엔 대내외 정책이 근본부터 바뀔 수도 있지만 역학구도상 이들이 단독 집권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무함마드 바디에 최고지도자(68)가 이끌고 있는 무슬림형제단은 불법단체로 공식 활동이 금지된 속에서도 강력한 조직력으로 이집트 최대 야권세력으로 부상했다. 2005년에는 조직원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전체 의회 의석의 20%를 차지했다. 비록 알카에다와 같은 급진 원리주의자들과 거리를 두고 있지만 이들의 집권은 군부와 미국에는 최악의 결과다. 하지만 이 조직에 대한 국민 지지도가 20∼40%에 불과해 영향력 행사에 한계가 있으며 군부의 배척과 서방사회의 강한 견제도 장벽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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