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정상회담]‘오-후의 역사적 만남’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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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사부터 날세운 오바마… 의례적 답사로 피해간 후진타오

18일 오후 백악관에서 만찬을 함께 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19일 오전 백악관에서 다시 만났다. 두 정상은 19일 오후에도 국빈만찬을 함께 한다. 미국은 중국 국가주석으로 14년 만의 국빈방문에 나선 후 주석에게 최고의 예우를 다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이날 백악관에서 양국 국민과 전 세계에 처음 던진 메시지는 다소 결이 엇갈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의 인권 문제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거론하면서 각을 세웠고 후 주석은 ‘양국 관계의 발전과 증진’을 주로 역설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미국의 극진한 대접에도 불구하고 내용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 5년 전 실수 만회 위해 보안 철저

19일 오전 9시 5분 백악관 남쪽 잔디광장(사우스론). 백악관 영빈관인 ‘블레어 하우스’에서 첫날밤을 보낸 후 주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후 주석은 미리 대기하고 있던 오바마 대통령 내외의 환영을 받았고 양국 정상은 연단 우측에 도열해 있던 중국과 미국 측 각료들을 접견한 뒤 연단에 올랐다. 곧바로 중국 국가가 울려 퍼졌으며 때맞춰 21발의 예포가 이어졌다. 잔뜩 흐린 잿빛 하늘에 게양된 중국의 오성홍기(五星紅旗)가 유난히 붉게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10분간의 환영사에서 “양국은 상대의 성공에 서로가 많은 것을 걸고 있다”며 “두 나라가 함께 일할 때 더욱더 번영하고 안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후 주석이 방문한 동안 상호 간의 신뢰를 높이고 21세기를 위한 포괄적인 우정을 쌓기를 희망한다”면서 “미국은 국제사회의 강력하고 번영하며 성공적인 일원이 된 중국의 부상을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1979년 당시 미국을 방문했던 중국의 최고지도자 덩샤오핑을 여러 차례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30여 년 전 1월 겨울을 되돌아보면 이제 모든 것이 분명하다. 국교 정상화를 이룬 1979년 이전 30년의 양국 관계가 상호 간에 반목의 세월이었다면 1979년 이후의 30년은 상호 교류와 이해의 시기였다”고 말했다. 또 “당시 덩샤오핑 주석은 두 국가 간의 상호 협력 가능성을 역설했다”며 “이번 후 주석의 방중으로 향후 30년의 미중 관계에 초석을 굳건히 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환영사에서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인권 문제도 거론해 중국 측 참석자들을 긴장시켰다. 하지만 후 주석은 답사에서 “나의 미국 방문으로 두 나라의 동반자로서의 협력에 새로운 장을 열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며 “양국은 서로를 배우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세계 평화를 위해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호존중’을 강조한 것을 제외하면 미국 측을 자극할 만한 표현은 자제한 통상적인 환영사 답사였다.

○ 인권 상황 개선시위도 잇따라

이번 환영식에서는 미국이 5년 전 후 주석에게 범한 외교적 결례를 만회하기 위해 보안에 신경을 쓴 기색이 역력했다. 보안당국은 이날 환영식을 취재하려는 내외신기자들에 대해 세밀한 보안검색을 한 것은 물론 행사 시작 1시간 전에 모두 입장을 완료하도록 주문했다. 2006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을 만난 후 주석이 같은 장소에서 연설을 할 때 한 파룬궁 수련자가 이를 방해하면서 환영식이 엉망진창이 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백악관과 국무부의 주요 당국자들도 후 주석 도착 직전까지 잇단 대책회의로 회담을 위한 최종 점검을 했다. 오바마 대통령,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토머스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하루 회의를 잇달아 열며 정상회담 준비상황을 체크했다.

영하의 쌀쌀한 날씨에도 백악관 바깥에서는 중국과 티베트, 위구르족 인권활동가들이 몰려 인권상황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인권단체인 ‘중국민주당’ 당원들은 “후진타오를 꾸짖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티베트 시위대도 “티베트는 해방될 것”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흔들었다.

북한 인권운동단체인 북한자유연대도 수잰 숄티 미국 디펜스포럼 대표 주도로 19일 오후 6시 백악관 앞에서 북한의 인권상황 개선을 촉구하는 촛불시위를 벌인다. 한편 해리 리드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18일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후 주석을 “독재자”라고 언급했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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