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유화 조짐에 ‘무덤덤’…“애초부터 도발 근거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1일 09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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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대화로 방향을 트는 듯한 북한의 움직임에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입증하라"는 원칙적 입장으로 맞섰다.

당초 전면전 불사를 언급하던 북한은 20일 한국군의 연평도 사격훈련에 대해 "일일이 대응할 일고의 가치도 느끼지 않는다"며 예상과 달리 한발 물러선 반응을 보였다.

또 방북 중인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와의 면담을 계기로 작년 4월 추방한국제원자력기구(IAEA) 핵 사찰관의 복귀를 허용하겠다는 뉴스를 동행취재 중인 CNN을 통해 흘렸다.

지난달 우라늄농축 프로그램 공개와 연평도 포격 도발 등으로 극도로 긴장감을 고조시키던 태도와는 사뭇 다른 움직임을 나타낸 것이다.

아직 판단이 이르지만 도발 국면에서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려는 듯한 북한의 속셈을 엿볼 수도 있는 정황이다.

그러나 긴장 고조 분위기를 다소 누그러뜨리는 듯한 북한의 움직임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건조한' 편이다.

국무부의 반응에서 미국의 입장은 뚜렷이 감지된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차관보는 20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연평도 사격훈련에 반격하지 않겠다고 한데 대해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북한이 마치 '결단'을 내린 듯한 분위기를 차단했다.

크롤리 차관보는 성명에서 "북한의 태도는 국가들이 응당 취해야 할 태도"라며 "한국의 훈련은 본질적으로 방어적 성격이며, 북한이 호전적 반응을 나타낼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어떤 행동도 하지 않은 것이 상 받을 일이 아니라는 의미이냐'는 기자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마치 북한이 대응 공격을 하지 않은 게 평가받을 행동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곤란하며, 한국의 사격훈련이 영토 내에서 이뤄진 당연한 권리이고, 애초 북한이 이에 맞서 도발할 근거가 없었기 때문에 북한의 태도는 당연한 것이라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리처드슨 주지사를 통해 전해진 북한의 IAEA 사찰단 복귀 허용 입장에 대해서도 국무부는 침착한 반응을 나타냈다.

사실 북한이 6자회담 중단과 영변 핵시설 재가동을 발표하며 추방한 IAEA 사찰단을 다시 받아들인다면 그 자체는 진일보한 조치인 것으로 평가돼왔다.

하지만 크롤리 차관보는 "북한이 IAEA 사찰단의 방북을 받아들이려 한다면 그 입장을 IAEA에 얘기해야 한다", "무엇을 하겠다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우리 정책을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으로 대응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북한이 약속을 어기는 것을 수년간 지켜봐왔다"고 말했다.

IAEA 사찰단 방북 허용의 진의가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중한 반응이면서도, 북한의 의도 자체에 대한 불신감이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이 최근 방북한 중국 다이빙궈 국무위원에게 IAEA 사찰단의 복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는 일부 보도가 나왔을 때의 반응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도발적 공세에는 한미군사동맹을 바탕으로 한 대북억지력으로 맞서고, '행동'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북한의 '유화공세'에는 일희일비하며 휘말리지 않는 원칙적 태도를 갖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과거 도발-유화공세-대화-약속파기 수순을 되풀이해온 북한의 전술에 다시 속지는 않겠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확고한 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무부가 개인자격으로 방북한 리처드슨 주지사의 방북 결과를 보고받겠다고 한 만큼 IAEA 사찰단 복귀 문제를 고리로 미국과 중국, 남북한 등 관련국간 기싸움이 전개되면서 상황의 유동성이 움틀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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