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CIA지부장 급거 귀국한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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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 노출돼 살해위협 시달려… 美, 파키스탄 정보부 개입 의심

철저히 베일 속에서 활동해야 하는 파키스탄 주재 미국 중앙정보국(CIA) 스파이 ‘매스터’가 16일 급거 이슬라마바드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파키스탄 서부지역에서 CIA의 무인항공기 폭격으로 가족을 잃은 한 파키스탄 기자가 13일 5억 달러짜리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슬라마바드 주재 CIA 지부장의 이름을 명시해 살인 혐의로 고소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고 보도했다. 암살과 테러가 횡행하는 파키스탄에서 신분이 노출된 정보맨이 설 자리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라는 것. 뉴욕타임스는 “CIA 지부장이 신원이 공개된 뒤 지속적인 살해위협에 시달렸다”고 전했다.

미국은 파키스탄 정보부(ISI)가 CIA 지부장의 신분 노출에 개입했다는 심증을 굳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11월 인도 뭄바이에서 발생한 테러에 파키스탄 정보부장이 개입했다며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에서 소송이 제기된 데 대한 보복 성격이 짙다는 판단.

뭄바이 테러에서 희생된 미국인의 유가족이 제기한 이 소송은 ISI 최고 책임자인 아마다 수자 파샤 중장과 ISI 요원들이 뭄바이 테러범에게 물질적 지원이나 필요한 자원을 제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2008년 7월 아프가니스탄 주재 인도대사관 폭탄테러에도 파키스탄 ISI가 관여했다는 의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명백한 갈등상황 속에서도 미국은 공개적으로 파키스탄을 압박하지 못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지속되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파키스탄 정보기관의 탈레반 관련 정보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테러리스트를 철저히 제거하기 위한 파키스탄의 정보 역량 강화에 지속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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