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학자 26명 공동연구 ‘신시대 보고서’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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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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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한국 반대에도 무력병합 단행”
日학계 “과거사 반성-사죄”… 간 총리 8월 사과보다 한걸음 더 나가

‘한일 신시대 공동연구’ 공동위원장인 하영선 서울대 교수(오른쪽)와 오코노기 마사오 일본 게이오대 교수가 22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통상부에서 한일 신시대 보고서를 발표하고있다. 이 보고서에는 올해 100년을 맞는 한일강제병합과 관련해 “일본은 무력을 바탕으로 한국인의 반대를 억누르고 한국 병합을 단행했다”고 적시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한일 신시대 공동연구’ 공동위원장인 하영선 서울대 교수(오른쪽)와 오코노기 마사오 일본 게이오대 교수가 22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통상부에서 한일 신시대 보고서를 발표하고있다. 이 보고서에는 올해 100년을 맞는 한일강제병합과 관련해 “일본은 무력을 바탕으로 한국인의 반대를 억누르고 한국 병합을 단행했다”고 적시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한국과 일본 학계 인사들이 “일본은 무력을 바탕(일본 발표문에는 배경·背景으로 표기)으로 한국인들의 반대를 억누르고 한국 병합을 단행했다”고 평가했다.

한일 양국의 미래협력을 논의한 ‘한일 신시대 공동연구’ 공동위원장인 하영선 서울대 교수와 오코노기 마사오(小比木政夫) 게이오대 교수는 22일 서울 외교통상부에서 양국 학자 26명이 1년 8개월간 공동으로 연구한 ‘한일 신시대 보고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는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8월 10일 담화문에서 ‘한국인들의 뜻에 반하여 이뤄진 식민지 지배’라고 밝힌 데 이어 일본 학계도 과거사 반성에 공감을 나타낸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보고서는 “간 총리의 담화가 ‘반성과 사죄(샤자이·謝罪)’의 뜻을 표명했다”고 적시함으로써 간 총리가 실제로 언급한 ‘반성과 오와비(おわび)’보다 한 걸음 더 나갔다. ‘오와비’는 법적인 책임을 수반하는 ‘사죄’와 다른 일반적인 사과의 뜻이다.

보고서는 “식민화 과정 및 이후의 식민지 지배가 가져온 수많은 손해와 고통 및 민족적 한이 1945년 이후에도 장기간에 걸쳐 한일관계 정상화를 방해하는 커다란 요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역사의 사실을 직시해 잊지 않아야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보고서는 과거사 논란의 핵심인 불법성 여부는 다루지 않았다. ‘강박에 의한 불법조약’이라는 한국 측 주장과 ‘불법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일본 측 주장이 맞서 합의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과거사의 인식을 바탕으로 보고서는 한일관계의 미래비전 전략으로 ‘한일 공생을 위한 복합 네트워크 구축’을 제시했다. 하 교수는 이를 “21세기 한일 양국의 미래를 개별 국가의 경쟁과 이익, 세력 균형으로 보는 19세기적 시각에서 벗어나 21세기의 환경 문화 과학 정보지식 시각에서 동시에 접근하고 풀어가려는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 문제에 접근할 때에도 단기적인 북한 핵 문제 같은 차원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동아시아의 새로운 국제질서 형성에 북한을 참가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보고서는 △한일관계 △국제정치 △국제경제 등 3개 분야에서 7개씩 모두 21개의 협력 어젠다를 제시했다.

‘한일 신시대 공동연구’는 지난해 1월 양국 정상의 합의에 따라 진행된 것으로 양국 학자들이 올해 3월 발표한 한일 역사공동연구와 함께 양국 관계 개선의 기초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 학자들은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양국 정상이 가까운 시일 안에 회담을 열어 한일관계의 발전 방향을 포괄적으로 제시하는 ‘한일 신시대 공동선언’을 채택할 것을 건의했다.
▼ 韓하영선 위원장 “양국, 中과 손잡고 北을 국제사회로” ▼
日오코노기 위원장 “미래 위한 최고 어젠다는 한일 FTA”


‘한일 신시대 공동연구’ 공동위원장인 하영선 서울대 교수와 오코노기 마사오 일본 게이오대 교수는 22일 ‘한일 신시대 보고서’를 바탕으로 양국 정상이 가까운 시일 내에 신시대 공동선언을 발표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보고서 내용에서 ‘일본이 무력을 바탕으로 한국인들의 반대를 억누르고 한국 병합을 단행했다’는 대목의 의미는 무엇인가.

▽오코노기 교수=한일 관계 100년에 대한 성찰이다. 21세기 초 일본이 무력을 배경으로 한국인 여러분의 이익에 반대해 병합을 했다는 뜻이다.

▽하 교수=올해는 한일강제병합 100년이다. 과거의 어두운 짐을 어깨에 지고 먼 미래의 수평선을 내다보면서 현실에 두 발을 내디딤으로써 과거 현재 미래를 동시에 다뤄야 한다. 병합 과정과 병합 이후 식민지 과정이 무력을 바탕으로 이뤄졌다는 것은 강제적인 요소를 가졌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어젠다는 어떤 것인가.

▽오코노기 교수=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이 오래전에 추진됐지만 시기를 여러 번 놓쳤다. 그래서 FTA를 꼭 체결하면 좋겠다. 이를 위해 이명박 대통령이 가능한 한 빨리 국빈으로 일본을 방문해 주시면 좋겠다.

▽하 교수=국제적으로 볼 때 중국과 북한의 문제가 있다. 중국의 부상이 중국은 물론이고 동아시아에도 도움이 되도록 한일 양국이 중국과 함께 공동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 문제 해결도 북한 스스로의 노력이 중요하지만 주변국이 북한을 21세기의 새로운 무대에 새로운 멤버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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