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내각의 오자와’ 센고쿠 관방

  • Array
  • 입력 2010년 10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센카쿠 관련 檢조율-中과 총리회담 성사 등
부처 교통정리에서 안보까지 내각 완전 장악

‘센고쿠 내각’ ‘그림자 총리’ 일본 정계와 언론에서 심심찮게 흘러나오는 말이다.

권력의 심장부인 총리 관저를 완전 장악한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관방장관(사진)이 최근 센카쿠 열도 문제와 국회 답변 과정에서 정권의 최고 실력자임이 드러나고 있다. 중국과의 센카쿠 분쟁에서 중국인 선장 석방을 검찰과 조율한 것도 그였고, 브뤼셀에서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와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복도 회담’을 외무성을 제치고 중국 고위층과 직접 합작해낸 것도 그였다. 8월 ‘한일병합 100년 총리담화’도 그가 주도했다.

민주당에선 소장파와 중진의 가교 역할을, 내각에선 여러 부처 간 업무 조율을 전담하다시피 하고 있다. 예전의 관방장관과는 달리 방위대강 마련과 후텐마(普天間) 기지 이전 등 안보정책에도 깊숙이 관여한다.

주간 ‘아에라’는 최근호에서 “총리 관저를 비롯해 내각 전체를 센고쿠가 휘어잡았다. 그의 뜻대로 정권이 움직인다”고 분석했다. 간 총리는 갈수록 ‘센고쿠 의존도’가 커져 각료나 참모들이 보고할 때마다 “관방장관에게 확인받았느냐”고 물어보는 게 버릇이 됐다고 한다. 9·14 대표선거 후 이뤄진 내각 개편도 센고쿠 장관의 의중대로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그와 가까운 인물이 대거 내각에 포진했다.

권력 향배에 민감한 정부부처의 비서진 파견 상황을 보면 그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총리의 사무비서진에는 5곳의 정부부처가 비서를 파견한 데 비해 관방장관에게는 7곳에서 비서를 파견했다. 각료와 관료들이 자신들의 정책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선 총리보다 센고쿠 장관에게 비서를 파견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

지금 열리고 있는 국회에선 간 총리에 대한 야당 의원의 질문에 센고쿠 장관이 답변하는 장면이 계속 이어지자 “총리가 2명이라는 소문이 사실인 모양”이라는 뒷말이 이어졌다. 언론에선 간 내각을 공공연히 ‘센고쿠 내각’으로 부르는가 하면 그를 ‘그림자 총리’ ‘간 내각의 오자와’로 부를 정도다. 센고쿠 장관은 자신의 존재감이 너무 부각되는 게 거북했던지 최근 기자회견에서 “그런 말은 나를 비꼬는 것이다. 간 총리가 충분히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다.

센고쿠 장관은 1960년대 대학시절 좌익 학생운동을 주도했고 재학 중에 사법시험에 합격해 도쿄대 법학부를 중퇴했다. 사회당을 통해 정계에 입문했고 일본이 제국주의적 침략행위로 이웃 국가에 피해를 입혔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등 역사인식이 강하다는 평을 받는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