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란의 살육’… 멕시코가 운다

  • Array
  • 입력 2010년 10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마약과의 전쟁 4년… 사망자 3만명 육박

‘도심에서 차량 폭탄테러가 발생하고, 공무원과 경찰을 상대로 한 피살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목이 잘린 시체가 잇따라 발견되며 관광지에서 여행객들이 무장괴한들에게 납치된다.’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얘기가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및 주요 20개국(G20) 회원국인 멕시코에서 요즘 벌어지는 일이다.

경찰의 마약조직 소탕과 보복, 갱단 간의 암투 등으로 미국과 국경을 마주하는 멕시코 북부 지역은 지금 준(準)전시상태다. 지난 4년간 마약조직과 관련된 사고로 죽은 사람만 3만 명에 육박한다. 세계 각국이 이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한국 정부도 최근 멕시코 북부 일부 지역을 여행 자제 또는 여행 유의 지역으로 지정하는 등 여행 경보를 상향조정했다.

○ 마약조직에 협조 않는 공무원, 줄줄이 피살

멕시코는 오래전부터 마약문제로 골치를 썩어왔다. 세계 최대 마약소비국인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거점을 확보하기 위한 마약조직 간 세력다툼이 빈번하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2006년 말 취임한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은 임기 중 가장 큰 과제로 ‘마약과의 전쟁’을 들고 나왔지만 피해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최근 4년간 멕시코의 마약 관련 범죄 사망자는 무려 2만8000명. 하루 평균 20명꼴이다. 특히 멕시코 북부 도시들은 마약 밀매를 위한 황금 길목이어서 피해가 집중됐다. 중부 접경지대의 시우다드후아레스, 태평양 연안의 티후아나 등이 그 대표적인 도시로 올해만 각각 2200명, 6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최근엔 경찰, 공무원 등 마약 소탕업무를 담당하는 공직자에 대한 표적살인이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달 말에는 멕시코 중부 탄시타로의 구스타보 산체스 시장이 머리에 돌을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멕시코에서 현직 시장이 피살당한 것만 올해 벌써 11번째. 멕시코 정부는 모두 자신들과 협조하지 않는 것에 불만을 품은 마약조직원들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탄시타로의 전임 시장도 “마약사범들에게 끊임없이 살해 위협을 받아왔다”며 지난해 말 사임했다.

이달 들어서도 11일 북부 시날로아에서 경찰관 8명이 사망했고, 16일 후아레스에선 공무원이 자택에서 피살된 채 발견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직사회에서는 마약 관련 업무를 기피하는 현상이 심해져 인력 공백마저 우려되고 있다.

○ 미국 “국제 테러조직 수준” 경계

최근에는 마약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일반인들의 피해도 커졌다. 이들은 경찰과 마약조직 간의 도심 총격전에 희생되거나 몸값을 노리는 갱단에 납치되는 일이 많다. 지난달 30일에도 휴양지 아카풀코에서 관광객 20명이 무장괴한에게 납치됐다.

미국도 지난달 30일 자국인 여행객이 멕시코 접경지대에 있는 호수에서 실종된 이래 멕시코 사태를 심각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 사건을 수사하던 멕시코 경찰이 최근 목이 잘린 채 발견되기도 해 양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멕시코 갱단을 알카에다 등 국제 테러그룹과 비교했다. 그는 “멕시코 마약조직들이 차량폭탄까지 사용하는 등 마치 군대식으로 조직화되고 있다”며 “마약조직 소탕을 위한 지원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멕시코 접경지대를 방문하는 자국민에 대해 반복적으로 여행 경보를 발령하고 있다. 강력 사건이 빈발하면서 관광산업이나 지역경제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동영상=등잔 밑 어둡다고, 콩 밭에서 양귀비 재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