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광산 사고를 영화로 만든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4일 15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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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성격과 배경의 등장인물은 정해졌다. 이들이 지하 700m 폐쇄된 공간에 갇혀 있다. 광원 안전에는 등 돌린 광산회사라는 '악당'에, 거대한 암반이 무너지는 스펙터클도 가미됐다. 손수건을 흠뻑 적실 감동의 피날레까지. '운명의 69일'에 군침 흘리지 않을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는 드물 것이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14일 영화관계자들에게 이번 칠레 산호세 광산 사고를 영화로 만든다면 어떤 영화가 만들어질지 물었다.

2001년 9·11 당시 테러범들이 추락시킨 여객기 유나이티드 93호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유나이티드 93'의 배역 담당 댄 허바드 씨는 "광원들의 정신적 수호자였던 최연장자 마리오 고메스 역에는 배우 로버트 드니로나 알 파치노가 적당하다"고 말했다. 또 실화인 만큼 실제 광원들과 용모가 비슷한 남미계 할리우드 배우가 대거 나올 듯하다고 점쳤다. 관심을 끄는 배역인 19세 최연소 지미 산체스 역에는 영화 '스파이더맨 4'편의 주인공으로 발탁된 신성 앤드류 가필드를 꼽았다.
1993년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영화 '크라잉 게임'의 제작자 스티븐 울리 씨는 "광원들이 지하에서 어떻게 지냈느냐보다 구조된 뒤 이들에게 벌어진 일들을 보여주는 게 더 매력적인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몰 17일 만에 생존이 외부에 알려지고 나서 이들이 삶이 많이 알려졌기 때문이라는 것. 울리 씨는 "매몰 그 자체에 대한 영화는 최악"이라며 "지금 당장 영화를 만들기보다 10년 뒤 이들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주는 게 최상"이라고 주장했다.

공포영화 '디센트 2'의 각본을 쓴 영화감독 J블레이크슨 씨 역시 이들이 폐쇄된 공간에서 어떻게 살았는지를 영화화 하는 것은 별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 그는 "살지 죽을지 가늠하기 어려운 최초의 17일이야말로 최적의 이야기 소재"라며 "여기에는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 사람과 포기한 사람 간의 갈등과 충돌이 내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인간의 내면을 심도 있게 드러낼 수 있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어떻게 영화를 만들든 암반이 무너져 갱도가 막히는 장면이 빠지기는 어렵다.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특수효과를 맡은 바니 커노우 씨는 "스크린에서 광산이 무너지는 장면을 실제처럼 묘사하기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배우를 놓고 폴리스티렌수지로 만든 바위가 떨어지고 구르게 하면 바위의 무게감을 표현하기 어렵다는 것. 때문에 커노우 씨는 "결국 컴퓨터그래픽(CG)으로 사람과 바위를 연출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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