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중산층 ‘3K’ 문화 아시아에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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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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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이후 내수중심 성장… 서비스-소매유통업의 노하우
亞중산층 시장 돌파구로 부상

‘제조업 강국 일본이 이제는 중산층의 가치와 문화를 판다.’

혼신의 힘을 쏟아 최고의 물건을 만든다는 ‘모노즈쿠리’의 나라 일본이 아시아 중산층을 상대로 ‘세련된 중산층 생활문화’를 팔고 있다. 아시아의 중산층이 급성장하면서 1980년대 이후 30년간 키워온 이른바 ‘일본의 중산층 산업’이 열매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산업은 내수에 안주했던 서비스업과 소매유통업이 대부분으로 아시아 시장 개척의 새로운 돌파구가 되고 있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의 중산층 문화를 ‘3K’로 요약했다. ‘쾌적(快適)’과 ‘건강(健康)’ ‘청결함(きれい)’이라는 뜻의 일본어에서 앞 글자의 발음을 따서 만든 조어다. 일본은 ‘1억의 중류(中流)’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산층이 두껍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까다롭고 다양한 중산층의 기호에 맞춰 서비스와 제품을 개발해 왔다.

심야영업과 청결한 분위기, 정중하고 세심한 매뉴얼로 된 고객 응대 서비스를 무기로 내세운 일본의 24시간 편의점은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의 4대 편의점업체는 최근 아시아 각국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현재 9000여 곳인 해외 편의점은 5년 후엔 2.5배인 2만4000여 곳으로 늘어난다. 패밀리마트의 경우는 이미 해외 점포가 국내보다도 많다. 이들 편의점에서는 삼각김밥, 도시락, 어묵 등 현지화한 일본식 식품문화를 판다. 도심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아떨어진다.

택배업체인 야마토홀딩스는 올해 중국과 싱가포르에서 택배사업을 시작했다. 변질되기 쉬운 육류나 어패류를 저온 보관해 싱싱함을 유지하면서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제때 배달해주는 서비스. 신흥국에서도 현지 토산품 직송배달 이용자 등 질 높은 물류서비스의 수요가 늘어날 것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주택산업이나 식음료업체도 성장의 한계에 다다른 내수시장에서 해외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건설업체인 세키스이(積水)하우스는 환경기술이나 디자인 등을 살려 중국이나 호주에 진출해 향후 10년 후에는 매출의 10%를 이 지역에서 거두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음료업체인 기린홀딩스는 칼로리와 당분을 줄인 건강음료를 앞세워 동남아시아 음료시장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에 따르면 2030년 아시아 지역의 개인소비는 2008년 대비 7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에서 43%를 차지하는 셈이다. 하루 지출이 적게는 2달러, 많게는 20달러인 중산층의 인구가 늘어나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일본 중산층이 선호해온 세련되고 고급스러우면서도 안전함에 대한 가치가 이제 아시아에서도 통하게 됐다고 이 신문은 전한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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