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물 탐지견도 사람처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겪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5일 20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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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물 탐지 작전을 위해 고도의 체계적인 군사훈련을 받은 2년생 독일 셰퍼드 '지나'는 지난해 초 이라크전쟁에 투입될 때까진 사람을 잘 따르는 개였다. 그러나 6개월간 건물과 주택에 숨겨진 폭탄탐지 임무를 마치고 미국 콜로라도 주 피터슨공군기지로 돌아왔을 땐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잔뜩 겁먹은 얼굴에 몸을 움츠리기만 했고 건물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려 할 때마다 다리를 뻣뻣이 세운 채 말을 듣지 않았다. 억지로 건물에 끌려들어가서도 꼬리를 잔뜩 낮추고 조심조심 기어 다녔고 틈만 나면 사람을 피해 탁자 아래나 구석으로 숨었다.

당시 공군 수의사는 지나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를 겪고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PTSD는 구타나 학대 등 충격적이고 끔찍한 일을 당했거나 본 사람들에게 주로 나타나는 증상.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 참전 미군들이 전형적으로 이런 고통을 호소한다. 그러나 AP 통신은 4일 전문가들의 분석에 근거해 지나와 같은 개도 사람처럼 극단적인 공포와 두려움을 겪으면 PTSD 증상을 나타낼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나는 이라크에서 병사들이 겪는 모든 위험한 상황을 똑같이 겪었다. 수색병들은 터지자마다 지독한 소음과 함께 순간적으로 눈을 멀게 만드는 섬광탄을 건물에 던진 뒤 문을 박차고 들어가 수색을 하곤 했는데 지나는 언제나 이들과 함께 다니며 폭발물을 찾아야 했다. 지나를 돌보고 관리하던 에릭 헤인즈 상사는 "한번은 지나가 호송대와 작전을 펼칠 때 바로 옆에서 폭탄 공격을 받은 차량이 폭발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지나는 1년간 치료를 받은 뒤 건물에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정도로 회복돼 예전처럼 병사들과 어울리며 귀여움을 받고 있다. 기지를 출입하는 차량에 대한 일상적인 폭발물 탐지임무도 다시 수행한다. 그러나 터프스대 커밍스수의학대 동물행동연구프로그램 책임자인 니컬러스 도드먼 박사는 "한번 경험한 공포는 절대로 잊혀지지 않는다"며 "다른 경험을 하도록 돕는 것이 최선"이라고 지적했다. 헤인즈 상사는 "뾰족한 방법은 없지만 우리는 절대로 지나와 같은 군견들을 포기해선 안된다"고 당부했다.

전지성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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