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오보로 뒤틀린 운명… 이란여성 “내삶을 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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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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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반정부시위 도중 총에 맞아 피를 흘리며 숨져가는 네다 솔탄 씨(왼쪽)와 생전의 솔탄 씨 모습(가운데). 한동안 세계 언론과 인터넷에 솔탄 씨로 오인됐던 자라 ‘네다’ 솔타니 씨(오른쪽). 동아일보 자료 사진
지난해 6월 반정부시위 도중 총에 맞아 피를 흘리며 숨져가는 네다 솔탄 씨(왼쪽)와 생전의 솔탄 씨 모습(가운데). 한동안 세계 언론과 인터넷에 솔탄 씨로 오인됐던 자라 ‘네다’ 솔타니 씨(오른쪽).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이란 여성 자라 솔타니 씨(33)는 지난해 6월 20일을 결코 잊지 못한다.

같은 달 13일 치러진 대통령선거 결과를 정부가 조작했다며 수도 테헤란에서 거대한 반정부시위가 며칠째 계속되던 그날 거리에서 한 여성이 총에 맞았다. 그가 피를 흘리며 숨져가는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동영상은 인터넷 동영상전문 사이트인 유튜브를 통해 세계로 퍼졌다. 이튿날 27세의 이슬람아자드대 학생 네다 솔탄으로 밝혀진 그는 이란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그의 얼굴 사진도 인터넷에 올랐다. 세계 언론과 솔탄을 추모하며 각국에서 벌어진 시위에는 이 사진이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그러나 그 사진 속 인물은 솔탄이 아니라 자라 솔타니 씨였다. 이슬람아자드대 영어강사였던 솔타니 씨는 어려서부터 ‘네다’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사이트인 페이스북에도 자신을 ‘네다 솔타니’로 소개했다. 그를 솔탄으로 오해한 누군가가 그의 페이스북 사진을 내려받아 인터넷에 띄우자 언론이 확인도 하지 않고 보도한 것이다. 이때부터 솔타니 씨의 삶은 뒤틀리기 시작했다.

숨진 솔탄의 가족이 진짜 솔탄의 사진을 공개하고 영국 BBC방송도 사진이 바뀌었다는 점을 지적했지만 솔타니 씨의 사진은 여전히 솔탄의 것으로 유포됐다. 그리고 며칠 뒤 이란 정보부 요원들이 그를 연행했다. 솔타니 씨는 1일 미국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보부는 내가 TV 카메라 앞에서 (죽었다는 솔탄이) 이렇게 살아있다고 말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솔타니 씨의 사진이 잘못 퍼진 것을 계기로 솔탄의 죽음마저 조작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가 느껴졌다고 했다. 솔타니 씨는 며칠 뒤 또다시 연행돼 같은 내용의 압박을 받았다.

신변에 위협을 느낀 솔타니 씨는 곧바로 인권단체인 국제사면위원회(국제앰네스티)와 외국의 지인 및 언론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이 사실을 안 정보부는 그에게 “간첩행위를 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솔타니 씨는 다음 날 노트북 컴퓨터 한 대와 옷가지 몇 벌만을 챙겨서 급히 이란을 떠났다. 그는 터키와 그리스를 거쳐 독일로 가서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다. 독일 정부는 정치적 이유로 그가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올해 3월 망명을 허가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조그만 아파트에서 혼자 사는 솔타니 씨는 심한 향수병을 앓고 있다. 직장도 없다. 그는 “서방 언론과 이란 정부가 나를 파괴했다”며 “적어도 언론은 자신들이 나에게 무엇을 잘못했는지 깨닫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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