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공격 규탄’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까지 숨가빴던 한미 공조 뒷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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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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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사-캠벨-성김-베이더 4人이 워싱턴 ‘허름한 빵집’에 모였다, 왜?

6월의 어느 이른 아침 미국 워싱턴 근교 한 허름한 빵집. 어둠이 걷힌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에 한덕수 주미 한국대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곧이어 백악관에서 아시아 문제를 총괄하는 제프리 베이더 국가안보회의(NSC) 선임보좌관이 총총걸음으로 들어갔다. 미리 도착한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성 김 북핵특사는 커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 모임은 5월 한국정부의 천안함 사태 조사결과 발표 이후 정례화된 이른바 ‘4인 모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한 달 이상의 치열한 토론 끝에 9일 북한의 천안함 공격을 규탄하는 의장성명을 발표하기까지 4인방은 숱한 시간 고민을 함께하며 최선의 외교성과물을 내놓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소를 ‘허름한 빵집’으로 정한 것은 캠벨 차관보. 국무부 동아태국 회의실 벽면을 노란색으로 칠하고 연한 핑크색이 도는 스웨이드 의자를 배치할 정도로 심미안이 있는 그이지만 4인 정례모임 장소는 보안이 지켜질 수 있는 곳을 우선기준으로 삼았다고 한다.

북한을 직접 거명해 비난하는 것을 꺼린 중국의 반대로 성명 채택에 난항을 거듭할 때도 4명의 외교관은 창의적인 해결책을 내놓기 위해 경험을 총동원했다. 그리하여 ‘북한이 천안함 침몰에 책임이 있다는 한국 주도의 합동조사단 결과에 비춰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한 성명 5항과 ‘천안함 침몰을 초래한 공격을 규탄한다’는 7항을 연결하면 국제사회가 원하는 메시지가 정확히 전달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이 같은 결론에 중국과 러시아가 동참한 것은 북한에 뼈아픈 일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도 의견이 합쳐졌다. 한 대사는 논의 결과를 실시간으로 청와대와 외교통상부 등 관련 부처에 전달하면서 막후에서 천안함 의장성명 도출을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사는 국무부 제임스 스타인버그 부장관과도 스스럼없는 사이로 발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안이 있을 때 회동하는 것은 물론 수시로 통화를 하면서 한미 간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한 의사소통을 한다는 것. 매주 월요일 대사관에서 열리는 정례회의 도중에도 한 대사가 스타인버그 부장관과 통화를 하기 위해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사는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의 참석차 17일 출국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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