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에게 있는 것과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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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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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정치 자신감 넘치고…
상원 인준없이 고위공직자 15명 ‘휴회임명’ 강행 선언▼


건강보험 개혁 법안 의회 통과로 국정운영에 자신감을 얻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사진)이 이번에는 상원 인준 없이 공직자를 임명할 수 있는 ‘휴회(recess) 임명’을 강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상원에서 공화당이 번번이 트집을 잡는 바람에 고위 공직자를 임명할 수 없어 국정에 심한 차질을 빚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백악관은 27일(현지 시간) ‘유례없는 수준의 인사권 방해’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오바마 대통령이 제프리 골드스타인 재무부 국내금융 담당 차관 지명자 등 15명의 고위 공직자에 대해 휴회 임명을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골드스타인 차관 지명자는 248일 동안 상원의 인준 절차를 기다려왔지만 상원은 인준해 주지 않았다. 미 상원에서는 공화당 의원들이 갖가지 명분을 내걸면서 고위 공직자 후보에 대한 인준 절차를 진행하지 않아 오바마 대통령이 고위 공직자 후보를 제때 임명하지 못하는 등 차질을 빚어왔다.

휴회 임명 제도는 수정헌법 2조 2항 규정에 따라 상원 휴회 중에 생길 수 있는 연방 고위직의 공석을 메우기 위해 대통령이 상원 인준 없이 고위직을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이다. 미 의회는 29일부터 2주일 동안 부활절 휴회에 들어간다. 상원이 대통령의 인사권을 제한하는 도구로 인준권을 남용하자 이에 맞서 상원 인준 없이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국가노사관계위원회의 5인 위원에 시카고의 노동전문 변호사 출신의 크레이그 베커 씨를 임명하려고 하자 공화당은 친(親)노조 성향의 인물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휴회 임명이 강행되면 정국은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친구같은 해외정상은 ‘0’
‘일 우선-관계무심’ 성격탓… 국제관계 악영향 우려도▼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와 ‘동지’처럼 지내며 냉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조지 W 부시 전 미 대통령도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와 친구 같은 관계를 유지한 덕에 이라크전쟁을 시작할 때 영국의 지지를 쉽게 얻을 수 있었다.

반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임기 14개월이 지났건만 형식적으로라도 친구라 부르는 해외 정상은 찾아볼 수 없다고 미 보수성향의 인터넷 매체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가 전했다. 이 매체는 27일 “중요한 해외 수반과 인간적 관계 맺기에 힘썼던 전임 부시 대통령과 비교해 볼 때 냉정하고 일을 우선시하는 처신이 두드러진다”고 평했다.

오바마 대통령 부부는 30일 백악관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부부와 첫 정상만찬을 갖는다. 오바마 대통령이 외국의 정상 부부와 만찬을 갖는 것은 드문 일이다. 과연 그는 친구를 갖게 된 것일까. 속내를 보면 ‘역시나’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유럽 방문 시 프랑스에 들렀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사르코지 대통령의 엘리제궁 만찬을 거절했다. 프랑스 정부는 매우 당혹해했다. 따라서 이번 백악관 만찬은 당시 거절에 대한 보상 차원이지 사르코지 대통령과 친분을 돈독히 하려는 의도는 크지 않아 보인다는 게 외신들의 전언.

오바마 대통령의 이런 처신은 ‘관계 결핍’일까. 보수 성향 싱크탱크 후버연구소의 토머스 헨릭슨 연구원은 “‘노 드라마 오바마(No drama Obama·워낙 신중해 주변을 놀라게 할 일은 하지 않는다는 뜻의 별명)’라는 그의 성격 탓이 크다”고 분석했다. 좋게 말하면 사심 없고, 나쁘게 말하면 무심하다는 풀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관계결핍이 미국의 국제관계에 악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국가수반끼리 아무리 돈독해도 어떤 문제를 놓고 결국은 각국의 이익에 따라 결정한다는 견해가 있는 반면, 지도자 간 우정은 위기의 순간에 미국을 도울 수 있으며 그에 따른 전례도 한둘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후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등 비(非)서구 국가와의 관계에는 전념하면서 기존 동맹국인 서구에는 무관심하다는 인식이 유럽 지도자 사이에 형성되는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라고 CSM은 지적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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