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소사이어티 ‘노스코리아 트러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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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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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북 ‘햇볕파’ 명예이사장과 갈등하던 ‘원칙파’ 現회장 내달 전격 사퇴
그레그 명예이사장 잦은 ‘제동’
리비어 회장 “이런식이면 곤란”
후임 선정기준 ‘인적 화합’ 강조
마크 민턴-찰스 카트먼 등 거론


2007년 2월부터 미국 내 대표적인 친한(親韓)단체인 코리아소사이어티를 이끌어 온 에번스 리비어 회장이 4월 말 전격 퇴임한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24일 “3년 임기를 마친 뒤 3개월의 임기연장을 한 리비어 회장이 곧 공식 사퇴의사를 밝힐 것으로 안다”며 “후임으로는 마크 민턴 전 주한 미국부대사와 찰스 카트먼 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무총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고 밝혔다.

코리아소사이어티는 후임회장 인선위원회를 만들어 폭넓게 후보자를 물색했으며 26일경 단일 후보를 이사회에 추천할 것으로 알려졌다. 코리아소사이어티 이사장은 지난해 9월부터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 미국대사가 맡고 있다.

○위기의 코리아소사이어티

뉴욕에 본부를 두고 있는 코리아소사이어티는 6·25전쟁 당시 미국 제8군의 지휘관이었던 제임스 밴 플리트 장군이 1957년 설립한 비영리 민간단체. 한미관계 강화 및 미국과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에 대한 올바른 여론 형성에도 기여해 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왔으며 뉴욕에 있는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리비어 회장의 퇴임은 외견상 임기만료에 따른 자연스러운 절차로 보이지만 실상은 사뭇 다르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2007년 리비어 회장에게 회장 자리를 넘겨주기 전까지 15년 동안 코리아소사이어티의 이사장 겸 회장으로 활동해 온 도널드 그레그 명예이사장과 리비어 회장의 갈등이 가장 큰 요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레그 명예이사장은 프레더릭 캐리어 수석부회장을 통해 리비어 회장의 업무추진 방향에 수차례 제동을 걸었고, 리비어 회장도 “사람을 데려다 놓고 이런 식으로 하면 곤란하지 않으냐”며 불만을 토로했다는 것. 결국 지난해 10월 캐리어 부회장이 ‘자의 반 타의 반’ 물러났고 코리아소사이어티는 허버드 전 대사를 이사장으로 영입해 내부를 추스르려 했지만 결국 리비어 회장 역시 사임하게 됐다.

○북한 시각이 갈등 요인


북한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도 갈등의 원인을 제공했다. 1973년 일본 도쿄납치사건과 1980년 신군부의 사형선고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구명에 직접 나섰던 그레그 전 대사는 김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 전도사를 자임했다. 이후 코리아소사이어티는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를 음으로 양으로 돕는 것은 물론이고 북한 인사들의 미국 방문 시 교통비와 숙식비 등에 큰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코리아소사이어티 관계자는 “북한 인사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것은 상당 부분 와전된 것이며 내부적으로 철저한 회계 관리를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부 보수적인 인사들 사이에서는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아니라 노스코리아 소사이어티처럼 행동한다”는 푸념도 나오고 있다.

리비어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 이후 북한을 대하는 방식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속적으로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달라진 게임의 룰을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북한은 근본적인 행동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리아소사이어티 내부에서도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 발전에 기여한 부분은 분명히 평가받아야 하지만 북한을 국제사회로 이끌어 내는 방법론에 대해서는 원칙에 입각한 방식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금확보 경로 다양화 모색

심각한 내홍(內訌)을 경험한 코리아소사이어티는 후임 회장 선정의 기준으로 인적 화합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턴 전 부대사, 카트먼 전 사무총장 외에 웬디 셔먼 전 대북정책조정관, 딕 크리스텐슨 전 주한 미국부대사 등 다양한 인사를 인터뷰했고 최종 후보로는 앞의 두 사람이 선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허버드 이사장은 최근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관계 주요 인사들에게 코리아소사이어티의 새로운 운영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회장 선정과 관련한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외교통상부 산하 국제교류재단과 한국의 주요 기업에 의존해 오던 기금 확보의 경로를 다양화해 미국 기업들로부터도 모금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한편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일행을 미국으로 초청한 코리아소사이어티는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방북 공연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북한 평양예술단의 미국 공연을 추진하고 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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