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UAE원전 수주 한국에 참패 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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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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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기술을 국제표준으로” 원전 주도권 외교전 가동

유럽연합(EU)이 유럽의 원자력 발전 관련규정을 국제적 표준으로 확대하기 위한 외교적 시도를 본격화했다. 원자력 강국 프랑스가 지난해 말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경쟁에서 한국에 밀린 뒤 나온 움직임이다.

조제 마누엘 두랑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연설에서 “EU는 핵개발의 국제적 안전 규정을 만드는 데 그 어느 나라보다 앞서 노력해 왔다”며 “이제 다른 국가들이 우리를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EU는 27개 회원국이 규정에 모두 동의할 경우 이를 4월 미 워싱턴에서 열리는 핵 정상회의 때 공식 제안할 예정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주재하는 이 회의에서는 핵무기 감축과 함께 안전한 핵에너지 개발과 관련된 방안 등이 집중 논의된다. 뉴욕타임스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U는 이 정상회의에 앞서 주요국들을 상대로 한 설득 및 캠페인 작업을 시작했다.

이에 앞서 EU는 지난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 안전기준을 바탕으로 유럽의 기준을 법제화했다. 여기에는 원자로 건설 및 운영과 관련된 안전규정에서부터 방사능 물질 관리, 폐기물 처리, 대중을 상대로 한 정보 공개, 안전 규제당국의 독립성, 원자로 폐쇄과정의 안전 관리 등이 포괄적으로 담겨 있다.

EU는 엄격한 유럽의 핵관련 안전기준을 국제적으로 표준화하면 평화적인 핵개발과 기술 확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 따르면 2030년까지 세계적으로 400여 개의 새 원전이 건설되는 등 원자력 발전에 속도가 붙은 상황이다. 이 중 70% 이상이 중국 등 신흥 개발국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안전관련 규정도 강화돼야 한다는 것.

하지만 여기에는 안전기준을 강화해 한국 등 뒤늦게 원자력 기술개발에 나선 신흥 강국들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일찍부터 EU의 안전성 기준에 맞춰온 유럽 국가가 글로벌 수주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프랑스는 세계 제2위의 원자력 개발국인 데도 지난해 공영기업 아레바가 UAE 원전 수주 경쟁에서 한국에 밀린 뒤 대응책 마련에 부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레바는 프랑스 플라망빌과 핀란드 올킬루오토에 건설한 원자력 발전소 역시 과다한 운영비와 건설 일정 지연 문제에 부닥친 상태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이날 “최근 원자력 발전소 시장이 가격 경쟁력에만 치우쳐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도 이런 속내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안전성을 규제할 새 기관을 만드는 것만이 합리적이고 투명한 경쟁을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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