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지구온난화 보고서 잇단 오류로 신뢰 추락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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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빙하 소멸 등 허위로

지구 온난화 방지의 사령탑 격인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의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다. IPCC가 2007년에 제출한 기후변화 보고서 내용에서 중대한 오류가 잇달아 나오기 때문이다. IPCC는 이 보고서로 2007년 환경보호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노벨 평화상까지 수상했다. 지난해 12월 코펜하겐 기후협약 당사국총회가 성과 없이 끝나고, IPCC의 신뢰도마저 하락하면서 향후 구속력 있는 기후변화 합의가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영국 더타임스 일요판인 선데이타임스는 7일 ‘지구 온난화로 2020년까지 북아프리카 식량 생산량의 50%가 줄어들 수 있다’는 IPCC 보고서가 구체적인 근거나 동료 과학자의 전문적 검토(peer-review)도 없는 주장이라고 보도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네덜란드 영토의 55%가 바다보다 낮다’는 보고서 주장은 오류라고 밝혔다. 바다보다 낮은 땅은 26%에 불과한데 IPCC가 강의 범람 우려가 있는 땅 29%를 더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말에는 ‘지구 온난화로 강우량이 조금이라도 줄면 아마존 열대우림의 40%가 소멸될 수 있다’고 한 보고서 내용은 환경보호단체인 세계자연보호기금(WWF)의 2000년 보고서를 검증 없이 옮긴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무엇보다 IPCC에 큰 상처를 입힌 것은 ‘히말라야 빙하가 2035년이면 소멸된다’는 보고서 내용이 사실상 허위라는 점이다. IPCC는 지난달 20일 사과하고 이 주장을 공식 철회했다.

영국 선데이텔레그래프는 6일 환경컨설팅업체 ‘유로 RSCG’의 설문조사 결과 ‘기후변화가 실재한다고 믿느냐’는 물음에 ‘그렇다’는 응답률이 지난해 44%에서 올해 31%로 추락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정부는 이와 관련해 1일 IPCC와 라젠드라 파차우리 위원장에게 공개적인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의 저명한 대외정책 전문가 월터 러셀 미드 씨는 “우리가 알고 있는 지구 온난화 옹호론은 죽었다”고까지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IPCC의 오류가 지구 온난화라는 엄연한 사실을 뒤집을 수는 없으며, 다만 신뢰성 담보를 위해 오류를 제때 검증해 내지 못하는 IPCC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제기된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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