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간접 평화협상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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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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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바스 팔레스타인 수반 첫 방한 인터뷰

“저항 통해 국가 되찾은 한국은 우리의 발전모델
에너지-기술-학문 교류… 상주 대표부 설치 희망”

“한국인은 저항을 통해 국가를 되찾았다. (일제) 점령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한 국민이라는 점에서 배울 게 많다.”

팔레스타인 최고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10일 한국을 방문한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이날 숙소인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인의 독립에 대한 열망과 희생을 높이 평가하며 한국이 팔레스타인의 발전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1년 넘게 답보상태에 있는 이스라엘과의 중동평화협상에 대해 “이스라엘이 수락하기만 한다면”이라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간접평화협상(proximity talk)’을 할 준비가 돼있다고도 밝혔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이스라엘과의 직접협상이 아니라 중개자가 있는 간접협상도 가능하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첫 방한이다. 한-팔 관계의 전망은 어떻게 보는가.

“(자치정부 수반으로서는) 처음이지만 양국은 몇 년 전 대표부를 설치하고 우리 외교장관은 몇 차례 방한했다. 나는 오늘날 세계에서 존경받고 번영한 국가로 발돋움한 한국과 한국 국민에게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만남도 매우 유익했다. 돌려 말하거나 포장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직접 하는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아주 편했다. 대통령께 팔레스타인 방문을 청했다. 오늘 방문을 계기로 양측의 고위급 교류가 활발해지고 더 발전될 것으로 믿는다.”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에서 한국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당연히 한국이 국제사회의 장에서 우리를 지지하길 바란다. 한국을 비롯해 다른 나라도 지지를 보여준다면 우리는 원래 팔레스타인 땅에서 독립국가로 살 수 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한국이 에너지, 기술, 학문 분야의 교류를 통해 지원해주길 바란다. 현재 팔레스타인에 테크노파크를 조성하는 협상을 하고 있다. 또, 일본의 팔레스타인 대표부가 한국 일도 맡고 있는데 한국에 대사관, 또는 상주 대표부 사무실을 세웠으면 한다.”

―한국을 팔레스타인의 발전 모델로 생각하는가.

“한국 국민이 저항을 통해서 국가를 되찾은 국민이라는 점과 (일제의) 점령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한 국민이라는 점에서 (팔레스타인이) 배울 것과 도움을 받을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팔레스타인의 모델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한편 인터뷰 후 서울 총리공관에서 열린 압바스 수반 초청만찬에서 정운찬 국무총리는 팔레스타인에 대해 “2011년부터 5년간 2000만 달러를 추가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1991년부터 올해까지 한국은 팔레스타인에 3500만 달러 규모의 경제지원을 했다.

―팔-이 평화협상은 어떤 방향으로 운영해 나갈 것인가.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은 현재 진행되고 있지 않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이 수도로 삼는 동예루살렘도 예외로 두지 않고 (서안지구) 모든 지역에서 정착촌을 계속 짓고 있기 때문이다. 평화는 협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미국이 팔-이 양자가 직접 만나지 않고 중개자를 통해 협상을 진행하는 간접협상안을 내놓았는데 이스라엘 측이 수락하면 그렇게 할 준비도 돼 있다.”

―차기 수반선거 불참을 선언했다.

“선거는 6월 28일에 치러진다. 불출마 뜻에는 변함이 없다. 후임이 누구일지는 국민의 뜻에 맡기겠다.”

―신조는 무엇인가.

“꾸란(코란)에 있는 구절로 ‘누구든지 노력하면 그대로 받는다’는 것이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 어제 MB 만나… “한국, 이렇게 좋은줄 몰랐다” ▼

이명박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이날 방한한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만나 한국과 팔레스타인 간 협력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팔레스타인 수반이 한국을 방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에 오신 걸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그쪽 지역에 평화가 유지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역은 멀리 있지만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압바스 수반은 “이렇게 뜨겁게 환대해 주셔서 고맙다”며 “한국이 이렇게 좋은 곳인 줄 알았으면 더 일찍 올 걸 그랬다”고 답했다. 이번 두 정상의 만남은 압바스 수반의 아시아 각국 순방 차원에서 이뤄졌다. 한국으로선 자원 부국인 대(對)아랍 외교를 강화하는 점도 고려됐다. 중동과 관련해 이스라엘에 치중하는 외교를 하는 게 아니냐는 아랍권의 시각을 교정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압바스 수반은 11일 떠난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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