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공항에 전신 스캐너 본격 도입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6일 16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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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몸 투시기. 동아일보 자료사진
알몸 투시기. 동아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성탄절에 일어난 미국 노스웨스트 여객기 테러기도 사건 이후 전 세계 공항에 일명 '알몸 투시기'로 불리는 전신 스캐너(Body scanner) 도입이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교통안전국(TSA)은 올해 안에 미국 전역의 공항에 150대의 전신 스캐너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CNN이 5일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공항안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전신스캐너 구입에 2500만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미국은 현재 워싱턴 D.C.의 레이건공항과 볼티모어 공항 등 19개 공항에 전신 스캐너 40대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캐나다도 향후 2개월 안에 전신 스캐너를 벤쿠버, 캘거리, 에드먼턴, 위니펙, 토론토, 몬트리올, 오타와, 핼리팩스 등 11개 국제공항에 44대를 설치할 예정이다. 태국도 방콕의 수완나품 국제공항에 아시아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전신 스캐너 설치키로 했다.

유럽연합(EU) 국가도 전신 스캐너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히폴국제공항은 1월 중순부터 미국행 여객기 탑승자에 한해 전신 투시기를 의무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히폴 국제공항은 현재 보유 중인 15대에 더해 60대의 전신 스캐너를 추가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영국은 지난해 10월부터 런던 히스로 공항과 맨체스터 공항에서 시범운영해 왔으며 이를 다른 공항들로 확대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네테 샤반 독일 교육장관은 주간지 '빌트 암 존탁' 최신호에서 올해 하반기 공항에 전신 스캐너를 설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의 로베르토 마로니 내무장관은 로마와 밀라노 공항에 전신 스캐너를 설치해 테러위험이 높은 것으로 판단되는 항공편 승객에 대해 검색을 실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1일부터 6개월 임기의 EU 이사회 순회의장국을 맡은 스페인은 전신 스캐너의 사생활 침해논란, 인체에 미치는 의학적 부작용 등의 우려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이를 도입할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호세 블랑코 스페인 교통장관은 5일 "EU차원의 합의가 도출되기 전에는 스페인은 전신스캐너를 도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효용성·사생활침해 논란=전신 스캐너는 30~300기가 헤르츠에 이르는 극고주파수 전파를 사용하는 밀리미터파(Millimeter Wave) 스캐너와 고에너지 광선을 사용하는 후방산란 스캐너 두 종류가 있다. 승객들은 전신 스캐너 앞에서 6초간 극초단파를 쏘이게 되며, 30초간의 분석으로 희미한 이미지가 만들어져 옷 속에 감춘 금속성 물질과 폭발물을 식별할 수 있는 장비다.

그러나 몸매 라인과 여성의 유방, 남성의 성기는 물론 각종 인체 보형물까지 드러나는 사실상의 '알몸수색'으로 사생활 침해라는 논란도 일고 있다. 외신에는 "이제는 공항 검색대에서 팬티 속까지 다 드러내게 됐다"고 비판하는 칼럼이 실리고 있다. 영국의 일간 가디언은 5일 "영국 아동보호법은 아동포르노 방지를 위해 18세 미성년자의 음란 이미지 촬영을 금지하고 있다"며 "전신 스캐너가 미성년자 승객에게까지 적용되면 아동포르노 방지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찬성론자들은 공항안전을 위해서는 사생활침해는 희생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존 아들러 미 연방수사관협회장은 워싱턴포스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비행기에서 폭탄이 터지는 것이 한 개인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최고치의 사생활 침해"라고 반박했다. 영국 교통부는 18세 미만 아동을 검색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유명인사들의 알몸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아다니지 않게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효용성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전신 스캐너가 검색대에서 유산탄과 금속 등은 탐지하지만, 플라스틱과 화학물질 및 액체는 탐지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금속칼이나 총, 고밀도 플라스틱 등은 밀리미터파를 반사해 물체의 이미지를 남기지만, 가루나 액체 뿐 아니라 옷과 같은 얇은 플라스틱 물질은 밀리미터파 검색대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용의자인 우마르 파루크 압둘무탈라브(23)가 가루 형태의 고폭발물 펜타에리트리올(PEN) 80g을 속 옷 깊숙이 숨긴 채 탑승했던 점을 감안할 때 알몸 검색대가 설치됐다 하더라도 폭발물을 탐지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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