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이슬람 햇볕정책’ 실천까진 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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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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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레진스키 前 백악관 고문이 매긴 ‘외교안보 1년 성적표’

새로운 세계관 성공적 제시
국내 정치에 발목 잡혀
이·팔-이란-아프간·파키스탄
3대 현안에 미국 위상 달려

“미국 외교안보 정책의 현주소를 정확히 진단하고 새로운 정책이 지향해야 할 바를 명확히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정책의 개발과 실행 측면에서는 회의적이다.”

내년 1월이면 취임 1년을 맞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미국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고문(사진)이 매긴 종합성적표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시절인 1977∼1981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브레진스키 고문은 2010년 1, 2월호 포린어페어스지에 기고한 ‘희망에서 담대함으로(From Hope to Audacity)’란 제목의 글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직면한 외교안보 분야의 도전과 위기 극복 방안을 제시했다.

○ 3대 현안과 3대 핵심관계

브레진스키 고문은 미국이 직면한 9가지 지정학적 현안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새로운 세계관을 제시했으며 이는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슬람이 미국의 적이 아니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평화협정에서 정직한 브로커가 될 것이며 △남미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존중하는 한편 △핵 없는 세상 구현을 위해 미국이 핵무기 감축으로 솔선수범하겠다는 의지를 선보인 것 등을 그 예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직면한 3대 외교안보 현안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이란의 핵 야심,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도전을 꼽았다.

브레진스키 고문은 “가장 시급하고 서로 밀접하게 연관된 3대 현안을 어떻게 다루느냐는 가까운 장래에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차지할 위치를 규정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중동 평화협상의 실패, 이란과의 군사적 충돌, 아프간과 파키스탄에 대한 군사적 개입의 강화를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은 뒤 “이 사태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경우 미국은 현재의 초강대국 지위를 상실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3대 핵심 전략 관계로는 러시아, 중국, 유럽과의 관계를 꼽았다. 브레진스키 고문은 러시아와의 관계 재설정은 환영하지만 제국 부활의 야심에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하며, 중국에 대해서는 주요 2개국(G2)으로서의 협력 강화 속에서도 기후변화협약, 아프간전쟁 협력, 핵문제 해결 등 주요 이슈에 대해 책임 있는 국가로 행동하는 것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국내 현안에 발목 잡혔던 1년

그는 오바마 대통령의 1년은 외교안보 정책 면에서 많은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중요한 돌파구는 마련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 한 해라고 평가했다. 브레진스키 고문은 “진보와 보수의 양분으로 외교안보 정책에서 초당적인 협력을 이뤄내지 못했고 의회를 통한 이익집단의 로비활동이 대통령의 외교활동에 많은 제약을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대중의 우매함’을 통탄했다. 브레진스키 고문은 “미국의 대중은 국익이 연관된 지역의 지정학적 중요성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며 “신문 구독의 감소 등으로 믿을 만한 뉴스 소스가 줄어든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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