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재배치 핵심사업… 美 “타협은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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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번복 말 꺼낸 하토야마
美 완강한 반발에 진퇴양난
日외상 “동맹 위기감 느껴”

후텐마 미군비행장 이전 문제가 미일관계의 최대 현안으로 부상하면서 ‘후텐마’는 어느새 미일관계의 앞날을 가늠하는 상징성을 갖게 됐다.

‘대등한 미일관계 정립’을 총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일본 민주당 정부는 그 상징적 조치로 ‘후텐마 기지의 현 외 이전’을 약속했다. 1996년 미일 정부가 후텐마 기지를 2014년까지 나고 시의 캠프 슈와브로 이전한다고 합의한 후 이를 운명처럼 받아들이던 주민 여론도 민주당 집권을 계기로 이전 반대쪽으로 기우는 양상이다.

사민당은 기존의 미일 합의를 수정하지 않으면 연립정권에서 이탈할 수 있다며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로서는 기존 미일 합의를 수용할 경우 ‘공약 번복’이라는 비난과 함께 연립정권 붕괴 위험에 직면한다. 캠프 슈와브의 헤노코 연안부가 유명한 산호초 자생지라는 점도 ‘자연환경 보호’를 정치철학으로 삼는 하토야마 총리를 괴롭히는 요인이다.

그는 최근 외상과 방위상에게 “다른 이전 후보지를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연내 결정은 사실상 물 건너간 분위기다. 일본은 당초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일본 역할 증대를 지렛대 삼아 후텐마 문제에서 미국의 양보를 쉽게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했지만, 미국이 예상 외로 강력 반발하자 결단을 못 내리는 형국이다.

미국도 후텐마 문제는 양보하기 힘들다. 동아시아 주둔 미군의 재편과 맞물린 작업이기 때문이다. 2006년 양국은 △후텐마 기지를 캠프 슈와브로 이전 △오키나와 주둔 해병대 가운데 8000명의 괌 이전 △가데나(嘉手納) 기지 이남의 미군기지를 일본에 반환 등의 내용에 합의했다. 이런 패키지 합의 중 후텐마 이전이 좌절되면 동아시아 미군 재편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미국이 “하루빨리 기존 합의대로 이행하라”고 압력을 넣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일본 외상이 6일 “미일 합의가 지켜지지 않고 일방적으로 백지화되면 미일 간의 신뢰관계가 사라진다. 미일동맹에 강한 위기감을 느낀다”고 말한 것도 미국의 심상찮은 기류를 읽었기 때문이다.

후텐마에 대해서는 북한도 비상한 관심을 갖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한반도 유사시에 병력이 증강되고 한반도로 향하는 발진기지로서의 거점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기노완·나고(오키나와)=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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