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고” 통치자 과욕이 불행 씨앗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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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바이 위기원인-파장
세계 부동산 업계 큰손들 “매각대상은…” 벌써 눈독

‘사막의 기적’이라고 불리며 부러움을 샀던 두바이가 채무상환유예를 선언하는 지경에 이르기까지 두바이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세계적 경제위기의 여파와 함께 두바이의 통치자인 무하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62)의 지나친 야망이 이런 불행한 결과를 빚어냈다는 지적이 많다.

2006년 1월 그의 형 막툼 빈 라시드 알막툼이 사망하면서 무하마드가 권좌를 물려받았다. 앞서 1995년 1월 막툼이 무하마드를 후계자로 지명한 뒤부터 그는 두바이의 각종 개발사업을 총괄해왔다.

그는 ‘두바이 주식회사의 최고경영자(CEO)’라는 별칭을 얻었을 정도로 두바이를 하나의 대기업처럼 운영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27일 전했다. 그는 강력한 지도력으로 국가를 운영하면서 경쟁원리를 도입해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또 여성의 지위 향상을 옹호하고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등 보수적인 중동 지도자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 왔다.

그는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2001년부터 세계 최대의 인공섬 ‘팜 아일랜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2004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버즈두바이(818m) 공사를 시작하는 등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했다. 두바이가 부동산 개발계획을 발표하면 분양받으려는 투자자가 몰려들었고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2008년 두바이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할 정도로 그는 두바이 경제의 체질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두바이 주민들은 “사막의 도시가 금융 무역의 허브로 바뀐 것은 무하마드 덕분”이라고 칭송했다.

하지만 ‘세계 최고’ ‘사상 최대’를 원하는 무하마드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그의 참모들은 외국에서 막대한 빚을 끌어들여서라도 경쟁적으로 무리한 개발계획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두바이의 전체 부채는 어느덧 800억 달러(약 92조 원)에 이르렀다.

특히 지난해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이런 무리한 개발사업은 고스란히 두바이 경제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투자자들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부동산을 급매물로 내놨고 그 결과 부동산 가격은 절반 이하로 폭락했다. 프로젝트 계획은 잇따라 축소됐고 투자를 끌어들이기는 더 힘들어졌다.

시장조사 업체들은 두바이를 포함한 아랍에미리트에서 추진되던 프로젝트 중 45%가 중단 또는 유보 상태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일자리를 잃은 외국인 노동자들은 두바이를 떠났다. 경기침체의 여파로 관광과 무역 수입도 급감했다. 결국 돈줄이 막히면서 두바이는 부채를 제때 상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는 세계 부동산 업계의 큰손들이 두바이의 몰락을 기다렸다는 듯 벌써부터 매각 대상에 오를 만한 두바이의 주요 자산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7개 토후국으로 구성된 아랍에미리트의 맏형 격인 아부다비 정부가 두바이의 몰락을 방치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바이가 몰락하면 아부다비는 물론이고 아랍에미리트 전체가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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