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두 자원대국 글로벌경제위기이후 명암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24일 03시 00분


구리 팔아 곳간 채워 경기부양, 바첼레트 ‘올레’
석유 팔아 선심쓰다 국고 바닥, 차베스 ‘어쩌나’

“칠레 내년 경기회복, 베네수엘라 불황 계속”
“글로벌 시장경제, 1인 계획경제에 판정승”

칠레 바첼레트 대통령 EPA 연합뉴스
칠레 바첼레트 대통령 EPA 연합뉴스
남미 최대의 석유 대국 베네수엘라와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 칠레. 수년 전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호황을 맞았던 양국은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명암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칠레와 브라질, 멕시코는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경기 회복에 접어들 것”이라고 발표했다. 칠레 중앙은행은 3분기(7∼9월) 자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3%라고 발표했다. 2010년에는 4%, 2011년에는 5% 성장할 것으로 OECD는 예측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는 올해 2분기(4∼6월)에 GDP가 2.5% 하락한 데 이어 3분기에도 4.5% 마이너스 성장을 보여 본격 경기침체에 접어들었다.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은 매년 30% 수준으로 남미에서 가장 높다.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21일 “자본주의 기준에 따르면 경기침체에 들어간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 원자재 가격과 포퓰리즘

베네수엘라는 수출의 90%, 정부 예산의 50% 이상을 석유에 의존하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은 석유를 국유화한 이후 지난 5년간 고유가로 얻은 수입을 사회복지 예산과 빈곤층 현금 지급을 통해 소비를 진작시키는 포퓰리즘 정책으로 선거 때마다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경제위기로 유가가 하락하면서 올 상반기 베네수엘라의 석유 수익은 지난해에 비해 54%로 곤두박질쳤다. 이에 따라 전력과 수돗물 공급이 자주 끊기고, 실업률도 8.1%로 증가하는 등 사회불안이 심각해지고 있다. 여론조사회사 알프레도 케예르에 따르면 내년 9월 총선에서 차베스 대통령의 여당은 10% 차로 야당에 패배할 것으로 예상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경제위기로 차베스의 포퓰리즘 정책이 시련을 겪게 됐다”고 분석했다.

반면 칠레의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은 수년 전 구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때 부동산, 금융 거품을 우려해 돈을 함부로 쓰지 않았다. 그 대신 불경기에 대비해 외환보유액 232억 달러, 비축펀드 255억 달러 등 487억 달러를 모아두었다. 경제위기가 닥치자 칠레 정부는 4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으로 청년 고용, 산업구조 개편에 대대적으로 나섰다.

○ 1인 계획경제 vs 글로벌 시장경제

차베스 대통령은 1999년 집권 후 10년간 석유, 통신, 전기 등 수십 곳의 기업을 국유화했다. 그러나 정부가 상품 가격을 통제하는 바람에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민간기업들은 생산을 포기했고 국영기업의 비효율화는 심해졌다. 럼주 공장을 운영하는 엔리케 보이메르 씨는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내에서 제조업을 하기보다 해외에서 생산해 수입하는 게 훨씬 낫다”고 토로했다. 로이터통신은 “베네수엘라의 위기는 ‘1인 계획경제’ 모델이 한계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글로벌 개방경제를 지향하는 칠레는 미국의 헤리티지재단과 월스트리트저널의 ‘경제자유도’ 조사에서 세계 11위, 남미 1위를 차지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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