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교사의 위기’… 사범대 6년제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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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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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떠들면 교실서 나가고… 교과서만 대충 읽고… 질문해도 무시
자질의심 교사 매년 늘어

‘학생들이 떠들어도 무서워 주의를 주지 못하고 스스로 교실 밖으로 나가는 교사’ ‘학습 부교재 등을 활용하지 않고 무성의하게 교과서만 죽 읽는 교사’ ‘학생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거나 질문을 아예 무시하는 교사’….

지난해 일본 공립 초중고교 교사의 학습지도력 평가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교사들의 사례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각 지자체 교육위원회의 보고서를 토대로 최근 발표한 ‘2008년도 공립학교 교원 인사행정조사’에 따르면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부적합 판정을 받은 교사는 3000여 명에 이른다. 지도력 평가와는 별개로 학생 성추행이나 원조교제, 절도 등 부적절한 행위로 훈계 등 행정처분을 받은 교사도 1만7482명이다.

일본 전체 초중고교 교사가 80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비율 자체가 높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교육현장에서는 지도력이 의심되는 교사가 통계치보다 훨씬 많은 데다 비율도 점차 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도력 평가에서 부적합 판정이 내려지기까지는 학생이나 학부모의 문제제기부터 교장의 1차 관찰평가, 교육위원회의 재조사, 변호사와 임상심리학자들의 자문에 이르기까지 매우 엄밀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문제 있는 교사는 이보다 더 많다는 게 교육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요코하마(橫濱) 시의 세이사대에서 18년째 교사 재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김태훈 교수(교육학)는 “학과목 지식과는 별개로 이를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언어능력이나 기초지식, 교양 수준이 현저히 떨어지는 교사가 상당수 있다”며 “자질이 의심되는 교사가 해마다 1, 2%씩 느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교사의 수준 저하가 학생들의 신뢰 저하로 이어지고 나아가 학급통제 불능, 공교육 붕괴라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는 점에서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일본 교사들의 수준 저하가 일본의 경제력이 급팽창한 1980년대 무렵부터 시작됐다고 지적한다. 당시 호황기에 인재들이 기업으로 대거 빠져나가면서 교사 지망생들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것. 실제로 문부성 자료에 따르면 지도력 부적합 판정을 받은 교사 가운데 교직 경력이 20년 이상인 교사가 60%를 차지한다.

일본 정부는 민주당 집권 이후 교사들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현재 4년제인 교원 양성과정을 6년제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교사 지망생들에게 대학원 과정까지 마치게 함으로써 교사의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학비 부담과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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