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유럽을 아직도 ‘늙은 대륙’이라 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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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위크誌 분석

유럽은 하나가 아니다. 위협적인 러시아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미래상은 어떤 모습이 돼야 할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의견이 갈린다. 맏형격인 프랑스 영국 독일조차 갈등을 빚곤 한다. 분열된 유럽에 대해 미국의 국가정보위원회는 지난해 ‘내부 말다툼으로 고민하는 절뚝거리는 거인’이라고 평가했고 러시아의 한 싱크탱크는 ‘러시아의 힘 앞에 약한 존재’라고 깎아내렸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최신호(16일자)에서 “유럽을 아직도 ‘늙은 대륙’쯤으로 여기는 인식은 변화된 현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유럽은 이제는 독특한 집단파워를 가진 야심 찬 강대국으로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머지않은 미래에 최강대국 미국에 필적할 만한 수준으로 성장할 유일한 세력”이라고 덧붙였다.

○ 금융위기가 도약의 기회

뉴스위크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과 러시아 등이 비틀거리는 사이 유럽은 선전하고 있다고 했다. 위기가 시작됐을 때 상대적으로 수출의존도가 높아 타격을 더 받을 것으로 우려됐던 것.

하지만 프랑스와 독일은 수출 호조와 안정적인 소비 지출에 힘입어 미국보다 먼저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반면 미국의 월가 금융회사들은 여전히 비틀거리고 있고 미국의 재정적자는 내년에 국내총생산(GDP)의 94%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EU는 79% 수준이다.

금융위기는 또 EU가 단합된 행동을 할 수 없다는 인식을 바꿔놓고 있다. 2월 회원국인 헝가리와 라트비아가 위기에 처하자 유럽중앙은행은 전례 없는 긴급 조치를 취했다. 또 독일 등이 “부유한 EU 국가들이 유로존 국가가 부도를 맞지 않도록 도울 것”이라고 나섰다. 통합 유럽 출범을 알리는 리스본조약이 최근 마지막 남았던 장애물인 체코를 넘어선 것은 EU의 결집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 영향력 확대하는 유럽

유럽은 보스니아 콩고 그루지야 차드 등에 평화유지군을 보내는 등 전 세계로 정치군사적 영향력까지 확대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 상당한 규모의 원조를 하고 있으며 미국 다음으로 많은 7만1000명의 병력을 파병 중이다. 뉴스위크는 “내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치지도자들의 결단에 따라 세계문제에 개입해온 것처럼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유럽이 강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최근 크로아티아가 EU 가입을 위해 슬로베니아와의 국경 분쟁을 끝냈고, EU 가입을 희망하는 몬테네그로와 마케도니아 등이 시민 권리에 대한 유럽 기준을 맞추기 위해 동성결혼 허용 방침을 밝혔다는 것.

뉴스위크는 “권력을 나누고, 위원회를 통해 갈등을 해소하는 EU의 일처리 방식이 지루하게 보이지만 점차 상호의존적으로 변해가는 세계질서 속에서는 이런 방식이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앤드루 모라브치크 프린스턴대 교수는 “10년쯤 지나면 (사람들이) ‘EU가 많은 문제를 해결했구나’라는 말들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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