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공립고, 살기 위해 입시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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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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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제 입학이 학력저하 초래

도쿄등 잇달아 선발시험 부활

중고생 학력 저하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일본의 공립고교가 추천 입학을 폐지하고 시험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는 쪽으로 입시제도를 바꾸고 있다. 학력 검증 없이 추천만을 통해 학생을 선발한 결과 전반적인 학력 저하를 불러왔다는 반성에 따른 것이다.

4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와가야마(和歌山) 현과 시즈오카(靜岡) 현이 공립고 입학전형을 추천제에서 학력고사로 바꾼 데 이어 이어 사이타마(埼玉) 지바(千葉) 현 등 6개 현이 내년부터 2013년도까지 학력고사를 치르는 입시전형 제도로 바꾸기로 했다. 또 도쿄(東京)와 도치기(회木) 현도 학력고사 실시를 검토하는 등 학력고사 도입 움직임이 일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고교 입학전형이 교장의 추천이나 자기추천, 특기자 선발 등 다양하다. 이 중에서도 추천제는 가장 일반적인 입시전형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고교 진학생의 40%가 추천 입학했으며, 80%에 이르는 학교도 있다.

하지만 시험 한 번 치르지 않고 고교에 진학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중학생의 학력 저하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는 학력수준이 낮은 대학생으로 이어지고 있다.

공립고의 학력 저하는 사립고보다 두드러진다. 올해 도쿄대 합격자 배출 상위 20개고 가운데 공립학교는 5개에 불과하다. 가장 많은 도쿄대 합격자를 배출한 공립고는 아이치(愛知) 현에 있는 오카자키(岡崎)고로 전체 순위에서는 8위에 그쳤다. 또 다른 명문 국립대인 교토대 역시 상위 20위에는 공립이 9개교로 역시 사립이 우위를 보이고 있다. 국립대뿐 아니라 와세다 게이오 가쿠슈인 등 사립대 진학률에서도 사립 명문고가 단연 앞선다.

일각에서는 공교육의 부실화 원인을 일본 교육당국이 1996년부터 실시한 ‘유토리(여유) 교육’에서 찾는다. 유토리 교육이란 사고력과 표현력,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 등 이른바 ‘살아가는 힘’을 기르는 데 중점을 뒀다. 지식 습득보다 전인교육을 강조한 것이었지만 결과는 수업시간 감축과 교과 내용 평이화를 초래했고 결국 학력 저하로 이어졌다. 특히 교육당국의 유토리 교육 방침을 충실히 따른 공립고가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가진 사립학교에 비해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고교를 일원화해 교육 내용을 충실화한 공립 일관중고교가 생겨나면서 사립고와 경쟁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교육 내용은 사립고와 큰 차이가 없으면서도 연간 학비가 30만 엔(입학 첫해 기준, 약 400만 원)대로 사립고(130만 엔, 약 1700만 원)의 4분의 1에 불과해 인기가 높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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