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NSC 대북정책 주도속 국무부 실세로 무게중심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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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4일 03시 00분


美 행정부 한반도 라인의 역학관계와 재야 인맥

현안 발생땐 수시로 청문회-세미나 열어
재야 한반도 전문가들 양국 메신저 나서기도

20일 오전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에서는 한반도 문제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지역 현안에 대한 의회보좌관들과 전문가들 간 비공개 회의가 있었다.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의 특별보좌관이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 선거캠프에서 한국팀장을 지낸 프랭크 자누지 전문위원 주재로 열린 회의에는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재단 사무총장,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한미정책연구소장, 마이크 매닌 의회조사국 선임연구원 등이 참석했다. 플레이크 사무총장은 “단순한 토론의 장이라기보다 정책결정을 위한 의견수렴 통로”라며 “현안 발생 시 상하원의 청문회, 비공개 세미나, 개별 의원 및 행정부 당국자 면담 등이 수시로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 대북정책 실세는 누구?

진용을 갖추고 톱니바퀴처럼 움직이고 있는 미국 행정부의 한반도 라인은 10여 명. 국무부에서는 제임스 스타인버그 부장관, 커트 캠벨 동아태 차관보,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 필립 골드버그 대북제재 조정관, 성 김 6자회담 수석대표,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가 있고 백악관에서는 제프리 베이더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게리 세이모어 대량살상무기(WMD) 정책조정관 등이 있다. 부통령실에 있는 존 울프스탈 특별보좌관, 로버트 아인혼 국무부 특별고문 등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들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재야에서 동고동락하며 친분을 쌓았다. 아인혼 고문, 캠벨 차관보, 울프스탈 특보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이른바 ‘한반도 전문가’로 활동했고 베이더 선임보좌관도 브루킹스연구소 출신이다. 세이모어 조정관과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비확산 업무를 담당했던 찰스 퍼거슨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연구소 시절 호형호제하며 스스럼없이 지내던 사람들”이라며 “상호신뢰가 높고 팀워크도 훌륭하다”고 말했다.

○ 가까운 듯 먼 그들

내부에서는 경쟁의식도 은근히 보인다. 나이나 과거 행정부 시절 직함에 따라 원로와 소장그룹 간 위계질서가 있고 행정부 교체에 따른 공직자 선정 과정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기도 한다. 한반도 문제를 보는 관점이나 김정일 체제에 대한 인식 차도 있어 논쟁도 벌어진다. 잭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 소장은 “백악관 NSC가 북한 문제 정책 결정을 주도하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스타인버그-캠벨 팀 쪽으로 무게중심이 실리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재야 한반도 전문가들은 양국 정책당국자들이 쉽게 말하지 못하는 속내를 양쪽에 전하는 메신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양국관계 기류를 가늠해 보는 일종의 풍향계 기능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노무현 정부 시절 경색된 한미관계에 대한 고언을 전하는 것도 이들이었다”고 전했다.

○ 얽히고설킨 인연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이 한국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크게 3개 그룹으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는 행정부 내에서 한국 문제를 다룬 인연으로 한국 전문가가 된 경우. 보즈워스 특별대표, 도널드 그레그, 제임스 릴리, 토머스 허버드를 비롯한 역대 주한 대사,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현직 시절 내부인사들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여전히 만만치 않은 정보력을 유지하고 있다.

학문적 관심이 인연이 된 경우도 있다.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학장,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교수,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교수, 데이비드 스타인버그 조지타운대 교수 등이다. 한국과 개인적이고 직접적인 인연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피터 벡 아메리칸대 초빙교수, 스나이더 소장, 브루스 벡톨 해병참모대 교수 등은 한국인 부인과 살고 있으며 만만치 않은 한국어 실력을 자랑한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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