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르네상스’ 꿈으로 끝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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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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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佛 3세대 원전 결함 많아 건설 중단-지연
中-러-인도 시설 안전성 우려… “한국은 문제없다”


고유가와 온실가스 배출 규제에 따라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는 원자력발전소가 최근 난관에 부
닥치고 있다. 특히 경제성과 안전성으로 기대를 모았던 제3세대 원전의 건설이 기술적인 문제 등으로 계속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인터넷판은 최근 “‘원자력 르네상스’가 하룻밤의 꿈으로 끝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 핀란드 제3세대 원전 등 파행 잇달아

핀란드 원자력 규제당국은 “배관 용접부에서 문제가 발생해 올킬루오토 3호기의 건설공사를 중단한다”고 15일 발표했다. 핀란드 원전 운용사인 TVO도 “당초 올해로 예정됐던 완공이 2012년 6월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1600MW급 유럽형가압경수로(EPR)인 올킬루오토 3호기는 1986년 옛 소련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서유럽에서 20년 만에 건설을 재개한 원자로. 특히 세계 최초의 제3세대 원전으로 안전성과 경제성을 갖춰 ‘원전 르네상스’의 상징으로 불렸다. 하지만 건설 과정에서 3000여 차례의 문제가 발생해 수차례 건설이 지연됐다. 이에 따라 당초 30억 유로(약 5조2500억 원)의 건설비용도 53억 유로(약 9조2750억 원)로 늘어났다. 두 번째 제3세대 원자로인 프랑스의 플라망빌 원전도 공사가 지연되고 있으며 최근 EPR를 도입하려던 영국 원자력 당국도 설계 문제를 제기하는 등 파행을 겪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원자력기구(NEA)에 따르면 전력수요 및 온실가스 배출 규제에 맞추려면 2030년까지 매년 12기, 2030∼2050년에는 매년 54기의 원자로를 건설해야 한다. 하지만 올해 발표된 세계원자력산업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건설 중인 원자로 52기 가운데 24기의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또 원자력 붐을 타고 중국 인도 러시아 등에서 30여 기의 원자로가 동시에 건설되기 시작하면서 안전성에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는 노후 원자로의 수명 연장을 꾀하고 있지만 운용 노하우가 부족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유럽에서 20여 년간 원전 건설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미국 내 원전 엔지니어의 40%가 곧 퇴직을 앞두고 있어 향후 10년 동안 2만6000여 명의 전문 인력이 필요하지만 관련 전공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 한국 “운용 기술 문제없다”

한국은 2007년 제3세대 원전인 신형가압경수로(APR-1400)를 자체 개발해 2013년과 2014년 완공 예정인 신고리 3, 4호기에 적용하고 있다. 현재 시공사 선정단계인 신울진 3, 4호기에도 이 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다. 한국수력원자력관계자는 “설계 완성도가 미흡한 것으로 알려진 EPR와 달리 한국의 제3세대 원전 기술은 안전성과 효율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원전 설계 건설 운영 등에서 기술을 축적해 왔고 미국 유럽과 달리 핵심 기술 인력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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