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중심’ 선진국서 신흥국으로 이동 중

  • 입력 2009년 10월 6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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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인도 브라질, 경제위기에도 견고한 소비 성장

美기업들 ‘잠재 고객’ 잡기위해 신흥시장 진출

경기침체로 미국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크게 줄면서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시장을 바라보는 미국 기업들의 눈길이 달라졌다. 값싼 제품을 파는 수출국 또는 저가 생산기지로 깔보았던 과거와 달리 미국의 제품과 서비스를 사줄 잠재고객으로 대우하기 시작한 것이다. 4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신흥시장의 성장과 함께 ‘글로벌 소비자시대’가 점차 도래하고 있다면서 신흥국들에 대한 달라진 미국의 시선을 소개했다.

사실 경제위기가 닥쳤지만 신흥시장의 소비는 견고하게 성장해 왔다. 게다가 이들 나라의 급속한 도시화로 구매력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 기업들의 전통적인 시장이라 할 수 있는 서유럽 일본 등의 소비는 위축되고 있고 인구 정체와 고령화로 전망도 밝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이 4월 내놓은 ‘글로벌 경제전망’에 따르면 구매력지수(PPP)로 환산한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007년의 경우 13조8076억 달러로 중국 인도 브라질 3개국의 합계(11조9502억 달러)보다 많았다. 하지만 향후 2, 3년간 미국 내수가 위축되면서 2010년에는 추월당해 2014년에는 3개국의 구매력이 22조1578억 달러로 미국(16조9278억 달러)을 압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내수와 선진국 시장의 두툼한 지갑만 믿고 안주했던 미국 기업들에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특히 내수 비중이 큰 중소업체들에는 해외 진출이 제1의 과제로 떠올랐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전한다. 미국 메릴랜드 주 솔즈베리 건설장비업체 파워커버스의 경우 총매출 대비 수출 비중이 2006년 25%에서 올해 75%로 급증했을 정도다. 많은 미국 기업들은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미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수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신흥 소비국에 공장을 세워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대형 다국적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선진국 시장 침체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 아래 신흥시장을 겨냥한 국외 직접투자를 대폭 늘렸다. GE는 중국 농촌지역의 수요를 겨냥해 최근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에 기관차 조립공장을 준공했고 중국 상하이(上海) 인근에도 저가 초음파 장비 공장을 세웠다. GE는 2004년만 해도 미국 내 직원(16만5000명)이 해외 직원(14만2000명)보다 많았지만 지난해 말에는 15만2000명 대 17만1000명으로 역전됐다.

미국 자동차업계도 국내의 소비 위축을 해외에서 만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중국 합작법인을 통해 생산량을 늘리고 있으며 포드는 지난달 앨런 멀럴리 최고경영자(GEO)가 직접 인도로 날아가 신형 소형차 ‘피고’ 설명회를 열었다. 미국 기업들은 또 신흥시장의 친환경산업 및 사회자본 투자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반도체업체 어플라이드머티리얼은 3년 내로 중국이 태양광 패널 소비의 최대시장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이달 중국 서부에 대형 연구개발센터를 열 계획이다.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은 “소비력의 균형이 선진국에서 신흥시장 국가로 기울어짐에 따라 기업들은 디자인, 생산, 마케팅 등 전 분야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요구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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