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앨수도… 두고 볼수도… 美 ‘용병 딜레마’

  • 입력 2009년 9월 9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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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이후 용병투입 늘기시작
아프간선 용병이 정규군 추월
불법-일탈행위 사회 이슈로
“주둔국 반미감정 악화시켜”

2007년 10월 버락 오바마 당시 연방 상원의원은 “책임질 수 없는 ‘정부계약사(contractors·이른바 용병회사)’에 중요한 임무를 아웃소싱할 경우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싸움에서는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이라크에서 미국 관료 경호를 맡은 용병회사 블랙워터 요원들이 민간인 17명을 사살해 논란이 고조됐을 때였다. 집권을 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에게 있어 용병 문제는 여전히 풀기 어려운 과제다.

미 의회조사국(CRS)이 최근 펴낸 아프가니스탄전쟁과 이라크전쟁의 용병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3월 말 아프간전쟁에 투입된 용병은 6만8197명이었다. 주둔 미군(5만2300명)보다 더 많다. 아프간 전체 주둔 미 병력의 57%가 국방부와 계약한 용병이다. 보고서는 “역대 미국이 참여한 전쟁에서의 병력 대비 용병 비율 중 가장 높다”고 밝혔다. 이라크 주둔 미 병력 대비 용병은 48%였다.

용병 수의 증가보다 더 큰 문제는 용병(회사)들의 불법적이고 비윤리적 일탈 행위가 최근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기지 건설, 수송, 보급 등 여러 분야 중 보안 관련 용병회사가 문제다. 더불어 이라크전쟁을 바라보는 미국 내 시선도 싸늘해지고 있다. 아프간 수도 카불의 미대사관 경호를 맡은 용병회사 직원들이 문란한 음주파티를 일삼은 사실이 시민단체에 의해 1일 폭로됐다. 지난달에는 미 중앙정보국(CIA)이 불법으로 블랙워터 요원들을 고용해 알카에다 지도부 암살을 도모했다. 또 무인항공기 프레데터를 활용한 요인 살해 및 시설 폭격도 블랙워터의 도움 아래 이뤄진 사실도 드러났다. 이 밖에 테러용의자 고문, 성추행, 무기 밀매 등 용병의 부정적인 면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문제는 미 정부가 용병 없이는 작전 수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딜레마에 빠져있는 것이다. 국무부가 이번에 문제가 된 용병회사들과 계약을 유지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브루킹스연구소 군사문제 선임연구원인 P W 싱어 씨에 따르면 용병회사는 1990년대 초반 냉전 종식과 더불어 등장했다. 여기다 군인과 민간인의 구분이 모호해진 현대 전쟁의 성격 변화와 함께 신자유주의 흐름에 따른 정부 기능의 민영화 및 아웃소싱의 영향을 받은 산물(産物)이 바로 용병회사다. 냉전 후 미 국방부의 예산과 인력 축소로 방출된 군 고위인사들이 용병회사를 차렸다. 예비역들은 그곳에 갔다. 그러다 9·11테러 이후 두 개의 전쟁을 치러야 하는 미 정부가 정보, 기술, 언어, 심문 등에 숙련된 요원이 부족하자 용병회사에 손을 내미는 ‘악순환’이 시작됐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이를 빗대 “국방부와 용병회사 간에 ‘회전문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용병은 공식적인 병력증강 발표 없이 전장에서 필요한 인력을 충원할 수 있다는 정치적 이점도 있다. 또 정부는 사회적인 저항을 부를 신병 모집이나 예비군 증파라는 정치적 부담을 덜 수도 있다. 우파 잡지인 아메리칸스펙테이터는 4일 “군대가 아닌 민간 복장을 한 용병이 있어 주둔국 주민에게 사회가 정상적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지적하는 것은 이들 용병이 미군 지휘 및 사법 체계 밖에 있다 보니 책임과 소명의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이들에 대한 미 정부의 관리와 감독도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CRS 보고서는 “이들이 주둔국 시민에게 저지른 범죄와 학대는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지향하는 전략적인 목표를 갉아먹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현지 주민의 미군과 미국에 대한 감정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은 조만간 용병회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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