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중의원 선거’ 입체분석

  • 입력 2009년 8월 31일 02시 59분


미래를 향해 한 표일본 총선이 치러진 30일 도쿄의 한 투표소에서 여자아이가 엄마의 투표용지를 함께 투표함에 밀어 넣고 있다. 이날 유권자들은 민주당이 반세기 넘게 깨지지 않던 자민당의 일당 지배를 종식시키는 기념비적인 선거를 경험했다. 도쿄=AFP 연합뉴스
미래를 향해 한 표
일본 총선이 치러진 30일 도쿄의 한 투표소에서 여자아이가 엄마의 투표용지를 함께 투표함에 밀어 넣고 있다. 이날 유권자들은 민주당이 반세기 넘게 깨지지 않던 자민당의 일당 지배를 종식시키는 기념비적인 선거를 경험했다. 도쿄=AFP 연합뉴스
동아일보-세종연구소-동서대 일본연구센터 공동기획

《동아일보는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소장 진창수), 동서대 일본연구센터(소장 정구종)와 공동으로 반세기 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진 일본 중의원선거의 의미와 새 정권의 한반도 정책, 일본의 향후 진로 등을 입체 분석했다. 이들 연구소는 27일부터 일본 현지에 연구위원 등을 보내 정계 학계 언론계의 정치전문가들을 만났다. 공동기획은 1일자 지면에도 게재된다.》

정치- “日도 변할수 있다” 공감대
외교- 대담한 비전 부재 아쉬워
새로운 통치, 궤도 안착하려면
국민신뢰 ‘발사대’부터 갖춰야
개혁 실패땐 민심 다시 떠날수도

54년간 장기 집권해온 일본 자민당이 야당으로 전락했다. 냉전 종식에서 글로벌리제이션, 정보기술(IT) 혁명으로 이어지는 최근 20년간 일본에서 게임의 룰은 급속하게 바뀌었다. 하지만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이익유도형 행정·재정시스템의 온존과 집권당 리더십 부재 등이 겹치고 유권자, 특히 도시 무당파층의 연금과 의료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면서 자민당 참패로 나타났다(다니구치 마사키·谷口將紀 도쿄대 교수). 일단 정권을 바꿔보자는 다수 유권자가 투표 직전에 접한 ‘실업률 5.7%’ ‘산업고용 궤멸 상태’라는 정부 공식통계는 막판 뒤집기를 기대하던 여당에 치명적이었다(일본 유력지 정치부 기자).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좌에서 우로 스펙트럼이 다양한 민주당이 일본도 변할 수 있다는 ‘오바마 효과’를 서민층에 침투시켰기 때문이다(한일 교류단체 임원). 민주당은 국가예산 207조 엔 재편성, 세금 낭비 없애기, 중학생까지 아동수당 지급 등을 통해 관료주도 정치관행을 근절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소통과 통합을 가로막아 온 사무차관회의 폐지, 예산 외교안보 등 국가 기본방침을 결정하는 국가전략국 신설, 의원 100명 이상을 장관 부장관 정무관 보좌관으로 정부에 투입해 정부와 당으로 양분돼온 이중권력구조 쇄신, 정치 관료 업계의 유착구도 개혁을 향한 새로운 통치구조 도입이라는 차별화 전략이 국민적 공감을 불러일으켰다고 본다.

이제 민주당의 정책실행력이 국민 심판대에 오르게 된다. 새로운 통치기구라는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키려면 국민의 신뢰라는 로켓발사대부터 제대로 갖추어야 한다(일본의 유력경제지 정치부 기자). 당장은 기존예산 재점검 및 합리화, 내년 추경 직후 7월 참의원선거 대비부터 해야 한다. 자민당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참의원 선거 승리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신성장 동력을 통한 새로운 일자리와 세원 발굴이다. 정권교체로 정치가 나아질 것이라는 응답(25%)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5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책보다 정권을 선택한 납세 대중은 결코 민주당의 선심성 공약에 크게 공감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투표일 직전 여론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참의원선거를 겨냥해 제쳐두었던 과제들이 선거 후면 봇물 터지듯 나올 것이다. 임기응변식 대응으로는 민심이 다시 떠날 수도 있다.

그러나 내년 초 추경, 신임 총리의 유엔총회 참석, 한중일 정상외교, 미국과의 전략적 대화의 내용과 성과 여하에 따라서는 국내외 난문을 쉽게 돌파할 수도 있다(호시 히로시·星浩 아사히신문 편집위원). 이산화탄소 감축 중기목표 30%(자민당은 15%) 공약은 실행만 된다면 환경선진국 리더십 회복과 안정 정권의 시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언제나 적은 내부에 있는 법이다. 논공행상에 휘말려 이해대립을 조정하지 못하고 800조 엔 국가채무 감축과 소비세 증세 논의 등 개혁의 전제를 외면하고 현실노선에 집착하는 한 의외로 단명정권으로 끝날 수도 있다.

총선 현장을 바라보는 우리는 아시아공생네트워크, 핵군축, 국제공헌 등 이른바 일본의 국격(國格)을 가늠하는 대담한 국가디자인과 비전을 접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한일이 역사교과서, 영토, 재일동포 참정권,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재개 등에서 ‘구동존이 절차탁마(求同存異 切磋琢磨)’의 정신으로 아시아시대를 함께 열어갈 돌파구를 찾기에는 양국 간 대화채널이 너무나 빈약(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도쿄대 교수)하다는 사실을 새삼 통감한다.

대표집필 김도형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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