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외교혁명 뒤엔 ‘5人 참모’ 있다

  • 입력 2009년 8월 25일 03시 06분


취임 7개월을 맞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1기 내각의 간판은 단연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다. 미국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당내 경선을 치렀던 정적(政敵)에서 미국의 대외적 얼굴인 국무장관으로 변신한 클린턴 장관은 전직 퍼스트레이디와 상원의원을 지낸 경력만큼이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구현하고자 하는 ‘스마트 외교’의 전도사로 전 세계를 누비는 동안 국가원수급 대접을 받고 있는 것도 그의 위상을 반영한 것.

일각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외교현안을 챙기는 경우가 많고 중동평화협상,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담당 특사를 별도로 운영하는 등 클린턴 장관의 업무영역이 축소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매일의 현안이 아닌 미국 외교의 미래를 그리는 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클린턴 장관은 역대 최고 실세 장관”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23일자 ‘오전 3시, 힐러리 클린턴은 어디에 있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클린턴 장관이 미국의 ‘외교혁명’을 일으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외교혁명’이라고 이름 붙인 이유에 대해 “전통적인 우방의 개념은 물론 냉전 시절 적과 친구의 개념을 완전히 초월해 새로운 미국의 국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클린턴 장관의 외교혁명은 국무부 내 핵심 참모 5명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핵심 브레인은 국무부 정책실장인 앤마리 슬로터 전 프린스턴대 우드로윌슨 국제대학원장이 꼽힌다. 미국 내에서 가장 저명한 국제정치학자이자 국제법학자이기도 한 슬로터 정책실장은 “미국의 새로운 외교가 지향하는 바는 단순히 많은 국가를 한 테이블에 끌어 모으자는 게 아니라 국가와 비국가단체(Non State Actor)의 네트워크나 연합, 또는 파트너십을 구축해 특정 이슈를 해결해 나가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외교관들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보고서 작성이나 분석력이 아니라 (오바마 대통령과 같은) 공동체 조직력”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의 새로운 시도는 알렉 로스 혁신담당 고문의 도움을 크게 받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도와 최초의 흑인 대통령 탄생이라는 기적을 이뤄 낸 핵심 참모 중 한 사람인 로스 고문은 인터넷과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미국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가장 신속하게 전달하는 네트워크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클린턴 장관이 사용할 수 있는 넉넉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은 제이컵 류 부장관의 몫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백악관 예산국장으로 활동하며 큰돈을 만졌던 경험이 있는 류 부장관은 예전 같으면 국방부로 쏠렸을 예산을 국무부로 끌어오는 데 혁혁한 전과를 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천문학적인 재정적자와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저개발국에 제공하는 개발원조를 줄이지 않는 것도 류 부장관의 수완.

부처 간 화합이나 외교안보장관 간의 업무 조율은 제임스 스타인버그 부장관의 몫이다. 강직한 군인 출신의 제임스 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공화당 출신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게다가 상원 외교위원장 출신인 9선의 조 바이든 부통령 등 개성이 강하고 선이 굵은 인사가 즐비해 ‘팀 오브 라이벌’로 불리는 오바마 외교안보팀이 불협화음 없이 순항하는 데는 스타인버그 부장관의 친화력이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게 워싱턴 정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아예 “내가 아는 한 국무부와 백악관, 국방부의 관계는 역대 최상”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에서 국제문제 담당 부회장을 지낸 로버트 호매츠 차관(경제·에너지 및 농업분야 담당)은 민간의 혁신 마인드와 경영기법을 도입해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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