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과감한 재정지출-내수 살려 선방

  • 입력 2009년 8월 19일 02시 56분


“경제 주름살 언제쯤 펴지나”17일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한 주식 거래인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 증시는 이날 세계 경기 회복이 더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급락했고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 달러화와 국채 등으로 자금이 몰렸다. 뉴욕=블룸버그 연합뉴스
“경제 주름살 언제쯤 펴지나”
17일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한 주식 거래인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 증시는 이날 세계 경기 회복이 더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급락했고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 달러화와 국채 등으로 자금이 몰렸다. 뉴욕=블룸버그 연합뉴스
■ 본보 ‘글로벌 경제위기 1년’ 20개국 2분기 GDP 성장률 분석
韓 2.3% - 中 7.9% - 日 0.9%… 마이너스 탈출
금융산업 비중 큰 英 허덕… 러 ―10.9% 최악

일본이 17일 2분기(4∼6월) 경제성장률을 발표하면서 사실상 주요 20개국(G20)의 실물 경제지표 발표가 일단락됐다.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후 거의 1년 만에 발표되는 2분기 성장률은 각국이 위기 극복에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는지를 측정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동아일보가 18일 현재까지 발표된 G20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분석한 결과 한국(2.3%), 일본(0.9%), 독일(0.3%), 프랑스(0.3%) 등이 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마감하고 소폭이나마 회복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0.3%), 이탈리아(―0.5%), 영국(―0.8%) 등은 여전히 마이너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러시아는 전년 동기 대비 ―10.9%로 브릭스(BRICs)국가 중 최악의 성적을 보였다.

○ 내수 진작에 성공한 국가들이 웃었다

한국의 2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플러스로 돌아선 결정적인 원인 중 하나가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소비자의 자동차 구매를 지원하면서 내수 소비를 진작한 것이다.

독일도 자동차 구매 자금을 정부가 지원해 소비를 활성화한 것이 경기 회복에 주효했다. 독일은 신차구입 보조금 예산을 21억 유로로 책정했다가 70억 유로까지 올리며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 끝에 5월 차량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39.7%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성장률도 1분기 ―3.5%에서 0.3%로 회복됐다.

내수 소비를 끌어 올리는 데는 자동차 등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제조업 기반을 갖춘 국가가 상대적으로 유리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강유덕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부연구위원은 “프랑스의 경우 제조업 부문 성장률이 1분기 ―6.5%(전기 대비)에서 1.1%로 상승하며 성장을 이끌었다”며 “특히 오래된 차를 새 차로 바꾸면 1000유로(약 178만 원)의 보조금을 준 덕분에 자동차부문 성장률이 ―9.7%에서 5.6%로 크게 올랐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의 전기 대비 성장률은 1분기 ―1.3%에서 2분기 0.3%로 올랐다.

반면 금융산업 비중이 유럽에서 가장 큰 영국은 아직 충격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영국의 2분기 성장률은 ―0.8%로 지난해 3분기 ―0.7%와 비슷한 수준이다. 금융서비스로 내수를 활성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국제금융시장도 아직 완전히 회복세에 접어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흥종 KIEP 세계지역연구센터 소장은 “영국의 금융산업은 아직까지도 마비상태이며 위기가 다시 올 수 있다는 루머가 돌 정도”라며 “제조업 기반이 무너진 이탈리아도 회복이 느린 편”이라고 분석했다.

○ 한국, 중국 과감한 재정지출 vs 러시아 관료주의

한국과 중국은 위기가 발생하자 과감하고 신속하게 재정을 투입한 국가로 꼽힌다. 한국은 지난해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두 달 만에 기존 발표보다 10조 원 늘린 수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올해 4월에는 사상 최대인 28조4000억 원의 추경예산을 편성했다. 집행에서도 속도전을 벌여 상반기에 올 한 해 예산의 65%를 썼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예상을 뛰어넘는 4조 위안 규모의 재정부양책을 발표했고, 발표와 동시에 집행에 착수했다. 그 결과 2분기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7.9%로 연간성장률 목표치 8%에 근접하는 성과를 거뒀다.

일본도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3차례에 걸쳐 모두 43조 엔을 투입하는 경기부양책을 시행했다.

반면 러시아는 올해 초 경기부양책을 발표하고도 수개월 동안 지체하다 5∼6월이 돼서야 돈을 풀기 시작했다. 그 결과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이 지난해 3분기 6%에서 올해 2분기 ―10.9%로 추락했다.

이재영 KIEP 유럽팀장은 “러시아는 부처 간 역학관계가 복잡하고 의사결정 과정이 느리다”면서 “재정 투입이 지연된 데다 불안한 금융시장, 천연가스 등 원자재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제구조가 맞물려 성장률을 끌어내렸다”고 분석했다.

○ 중국시장이 회복 여부 갈랐다

전문가들은 △내수 소비 진작에 적극 나서고 △정부가 과감하고 신속하게 재정을 투입했으며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 수출을 회복할 수 있었던 국가들이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고 분석한다.

특히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이 회복세로 돌아서는 데는 중국의 역할이 컸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중국의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내면서 수요가 예상보다 빨리 회복됐다”며 “그 영향으로 한국의 수출이 우려했던 만큼 위축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반면 중국시장의 덕을 보지 못한 미국은 2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0.3%로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감소세가 대폭 둔화되긴 했지만 10%에 육박하는 실업률, 여전히 살아나지 않는 소비심리 등 불안한 내수가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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